[독자광장] 경영압박으로 쓰러져 가는 중소병원을 살리자

광주시내 중심가에 있는 한 유명한 의원이 경영난으로 곧 문을 닫는다고 한다. 이 의원 간호사에 따르면 의료보험이 실시되고 나서부터 낮은 수가로 사실상 세금내기도 빠듯하고, 경영압박이 계속되어 폐업하게 됐다고 밝힌다. 우리나라 중소병원은 의료보험실시전에는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정겨운 사랑방구실도 하고, 가족주치의 역할도 톡톡히 해 냈다. 그러나 의료보험이 실시되면서 환자들이 종합병원으로 몰려 "3시간대기에 3분진료"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불만이 누적되어도 종합병원 선호 현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종합병원엘 가보면 인건비 때문인지 모르지만, 무슨 고가의 검사등은 그리도 많은지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응급환자등 종합병원에서 꼭 필요한 환자의 진료기회와 치료시기 상실,교수본연의 연구기능 저하등 헤아릴수 없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동네 목욕탕에서 간단하게 이발하는데도 1만원가량 받는다. 그런데 의원에 가면 의대를 졸업하고 수십년경력을 가진 전문의사로부터 진찰받고 치료를 받아도 3천원에 불과하다. "싼게 비지떡"식의 낮은 의료수가는 필연적으로 회귀되어 국민건강을 어떤식으로든 좀먹게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의료비 보조나 지급에 인색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보건을 무엇보다 최우선시 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가나 그 어떤것보다 국민들의 생명존중과 국민보건을 위해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정책의 발상전환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 또한 한명의 제대로된 의사를 만들기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세월이 걸린다. 옛날같이 믿음직스럽고 오랜 경력의 훌륭한 의사를 쉽게 접할 수 있고,그런 의사를 잃지 않기 위해서도 "지역보건 파수꾼" 역할을 하는 중소병원들이 이 땅에서 설자리가 있어야 한다. 정부당국은 존폐기로의 사라져 가는 중소병원을 살리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 정승민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