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제언] 음력설 공휴제 우리경제에 주름살만 ..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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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경제는 연간 무역적자 2백20억달러, 총외채 1천억달러 상회,연간 기업도산 1만건 상회, 증가 일변도의 실업자와 노동법파동, 증시침체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아랑곳 없이 사치와 외제선호, 향락과 과소비 등에 열을 올려 어린이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앞으로 한달사이 두차례의 설 연휴를 치르게 되면 우리경제는더 한층 주름살이 늘어날 것 같다. 음력설 공휴제가 존속되는 한, 관공서와 은행 등의 휴무로 기업체들은 5일이상 조업중단이 불가피하여 생산감소 약62억달러(한화 약5조원), 수출차질 13억7천만달러(약1조1천억원), 2천8백만명 대이동에 따른 여비 위락비 등 전 국민적 낭비 약 2조원이 추산되고 있다. 폐해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가자극과 기업의 자금압박, 심각한 교통혼잡과 인명피해 등 인적 물적 손실은 막대하다. 그리고 한해 두설의 모순성으로 인한 국민정서의 혼란 등 정신적 폐해도 적지 않다. 음력설을 선호하게 된 근본원인은 양력설은 왜놈설이고 음력설이 우리 고유의 명절이라느니, 음력아니면 농사 못짓는다느니 등의 그릇된 고정관념때문. 하지만 우리나 일본이나 음력은 중국에서, 양력은 서양에서 들어온 외래문화이지, 그 어느것도 우리 고유문화는 아니다. 우리가 양력을 공용력으로 채택한 것은 일제강점 15년전인 구한말 개화기 1895년이었으니, 양력설이 어째 왜놈설인가. 태양년 365일을 24등분하여 만든 "24절후"를 음력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설"이란 한해의 첫날을 뜻함인데도 한해에 두 설을 쇠는 나라, 그것도 둘다 "설"(양력은 신정, 음력은 설날)이라는 호칭으로 법정공휴일로 법제화한나라가 지구상에 우리말고 또 있는가. 법률이나 실생활에 양력을 쓰면서, 구시대 유물인 옛설, 음력설이 왜 "설날"인가. 우리 교육계는, 그리고 언론과 문화계는 왜 이를 묵과해 왔는가. 그동안 2세들을 어떻게 가르쳐왔는가 묻고 싶다. 김동진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