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성비파괴에 노령화 중압

정월도 어느새 중순으로 접어드는데 나라안은 바깥 세상이야 어찌 돌아가든 아랑곳 없이 온통 시끌벅적,안으로 곪는다. 그러는 사이 옆나라가 앓는 부국병의 징후는 부지불식간 이땅에도 만연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노령화사회 징후다. 게다가 이땅엔 한술 더떠 남아선호에 의한 성비파괴 합병증이 걷잡을수 없을 만큼 진행되고 있다. 노인과 남자가 넘치는 사회란 상상만 해도 살풍경하다. 불행히도 공상이 아니라 한두 세대안에 닥칠 현실이다. 벌써 오래 사회문제로 제기돼 왔지만 8일 통계청의 "95년 인구추계"발표는성비의 불균형이 상상이상 가속화되고 있다. 81년 출생 성비 107.2(여자를 100으로 한 남자의 수)가 95년엔 113.4로 올랐다. 한 세대도 안된 기간, 남녀 출생비율의 이같은 급변은 생태계 파괴와 하등 다를 것이 없다. 그로 인해 초래될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현상은 한두가지가 아닌데 그중 직접적인 것은 혼령기 남자의 신부 부족이다. 이미 출생한 남녀들중 오는 2010년 결혼적령이 되는 또래의 성비는 123.4이다. 남자 약 4분의1에 신부가 안 돌아간다는 계산이다. 기출생 성비만으로도 2010년 이후 해소가 아니라 악화일로다. 대안은 출생성비 U턴, 일처다부로의 전환중 택일이다. 이같은 성비 파괴의 원인은 짐작은 했지만 통계에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 첫 출산의 성비가 105 전후임에 대해 내려갈수록 벌어져 넷째 아이의 성비는 무려 213.9다. 남녀비가 2대1을 넘는 이 사실 하나가 무엇을 뜻하는가. 전통 남아선호 사상 온존에 의술의 발달-악용이 겹쳐 낙태가 무방비 상태임을 반영한 것이다. 지역별로 특정 전통 지역사회와 도시사회 사이에 성비 격차가 심한 것에서도 많은 시사점을 발견한다. 세계적으론 인구감소로 문제가 제기된지 오랜 서구, 또 같은 동양권이라도 중국과 일본이 극히 대조적이다. 부부 1명씩의 산아제한 강행이후 중국의 심각한 낙태-성비파괴 현상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현실은 선진화 진척에 따른 출생률 감소가 인구 노령화를 더욱 촉진함으로써 결국 미구의 몰락 우려로 까지 연결되고 있다. 통계에서 노령화 현상도 급속하다. 95년의 65세이상 노령인구는 60년에 비해 무려 3.7배, 2012년엔 다시 두배로 늘어 총인구에 대한 노인인구 비율은 2020년 13%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이것은 우선 경제활동 인구 한사람당 책임질 무노동인구의 숫자가 급증한다는 뜻이다. 최근 5년여 침체를 벗지 못하는 일본에서 유력신문의 "2020년에서 울려오는 경종-일본이 사라진다"는 신년특집이 주목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인구 노령화, 재정적자에 그때 가면 무역흑자 마저 적자로 전환, 결국 일본은 끝이라는 경고성 자성이 취지다. 한-일 정상이 마주해 동병을 서로 걱정하는 여유가 아쉽다. 남아선호 가치관을 시정함에 있어 데릴사위와 이성양자의 동성입양허용 등 발상전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