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증시안정대책 기대와 한계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식투자자들의 눈길이 온통 정부의 증시안정대책에 쏠려 있다.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안좋은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해말 노동법 변칙통과에 항의하는 총파업사태까지 겹쳐 증시가 회생불능의 빈사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한때 종합주가지수 600선마저 위협하던 주가는 증시안정정책발표설에 힘입어 한숨돌린 상태지만 언제 다시 폭락세로 돌아설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 다급해지면 대책설을 흘리지만 한숨 돌렸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모른척 해온 것이 과거 증권당국의 행태였기 때문이다. 한승수부총리가 증시관련기관장들을 만난지 사흘만인 지난 9일 증권업협회가 재경원에 건의하는 형식으로 제출한 증시부양책의 핵심내용은 한마디로 주식수급불균형의 시정으로 요약된다.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조기확대및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근로자주식저축의 세액공제확대및 가입기간연장 등으로 수요를 확대하는 한편 한국통신을 비롯한 공기업 주식의 상장및 매각억제로 주식공급을 줄이자는 것이다. 우리는 급한 불은 우선 끄고 보자는 심정에서 증권당국의 성의있는 안정대책을 기대해본다. 증시가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기업의 직접금융창구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돼 투자활성화와 금리안정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0년대초와는 달리 165억달러가 넘는 해외자본이 국내증시에 투자돼있는 지금 만일 자본유출이 본격화될 경우 심각한 경상수지적자까지 겹쳐 외환위기및 금융공황까지 우려된다. 그러나 이번 건의안이 받아들여진다해도 증시안정에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낙관할 수 없다. 경제사정이 나쁘고 증시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확대로 얼마나 많은 외국자금이 유입될지 의문이며 이중과세문제도 증시상황이 좋으면 역외펀드를 통한 우회투자로 회피할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주식저축의 세액공제확대도 임시방편일뿐 비과세 금융상품의 축소라는 원칙에 어긋난다. 그보다는 투자자입장을 고려하는 정부와 상장기업 자세전환이 절실하다. 이들은 증시상황이 좋을 때에는 공기업민영화및 증권거래세인상,기업공개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및 자본이득 막대한 수수료수입 등을 챙겼다. 이에비해 불공정거래감시및 제도개선 배당및 경영개선 투자자보호 등에는 과연 얼마나 노력했다고 말할수 있는가. 형편없는 투자수익률에 온갖 주가조작행위가 판치는데 어떻게 일반투자자들이 증시를 외면하고 떠나지 않을수 있겠는가. 얄팍한 증시부양책은 효과도 없을뿐 아니라 시장자율원칙에도 어긋난다. 정부와 상장기업 그리고 증권사들의 집단이기주의타파야말로 증시안정에 필요한 진정한 금융개혁이 아니겠는가.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