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이렇게] (8.끝) 공영기획 '이다' 대표 명계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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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에서 뮤지컬이나 "벗기기 연극"이 아닌 "연극"으로 수익을 남기면 "사건"이 된다. 지난해 기획.제작해 무대에 올리는 작품마다 "사건"을 만들어 대학로에서 부러움을 한몸에 받은 이가 있다. 공연기획"이다"의 명계남(44)대표. "이다"가 기획한 95년 9월 시작된 양희경의 모노드라마 "늙은 창녀의 노래", 극단 차이무와 손잡고 만든 "늙은 도둑 이야기", "비언소", 현재 공연중인 이주실의 모노드라마 "쌍코랑, 말코랑 이별연습"과 "너도 먹고 물러나라" 등 모든 공연이 흥행에 성공했다. 첫기획 아이디어에서 포스터, 팜플렛을 만드는 작업, 연극이 끝난 뒤의 관객마중까지 그의 손이 미친다. 특히 코믹하고 재기발랄한 포스터 문안과 팜플렛 내용은 한때 카피라이터로 활약한 바 있는 그의 머리에서 대부분 나온다. "연극계의 강우석"이라는 닉네임을 얻은 것도 이와같은 이유다. "연극기획에 특별한 마케팅기술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관객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우선 좋은 작품을 준비해야 하고 관객을 제일 먼저 만나는 포스터에서부터 연극을 보러 나가는 순간까지 즐거움을 선사해야죠" 연극을 보러 오는 관객층은 어차피 제한돼 있는 만큼 관객의 "입선전"이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명대표는 올해도 지금까지 해온대로 "이다"의 젊은 친구들을 이끌고 관객이 실망하지 않고 가슴따뜻이 볼 수 있는 연극을 제작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해야할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개인적으로는 젊은 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만들 기회가 적었던 것이 아쉬웠어요. 올해는 의욕과 열정은 넘치나 무대에 설 기회가 없는 젊은 후배들을 돕고자 합니다" 구체적인 작업으로 지난 연말 젊은 연극인들이 주축이 된 "극단이다"를창단, 오는 4월1일부터 바탕골소극장에서 "신국물있사옵니다"를 공연할 예정이다. 또 제작상황이 열악한 젊은 극단들을 모아 12월께 우리식뮤지컬 "우리읍내"의 연합공연을 추진중이다. 이밖에 극작, 연출, 연기분야에 숨은 재능을 지닌 재목을 발굴,소개하는 데 힘쓰겠다고. "관객과 무대에서 직접 만날 기회도 많이 가지려 합니다. 2월26일부터 한달동안 모노드라마 "콘트라베이스"를 인간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오현경선배 최종원씨와 함께 상반기중으로 작품을 만들 계획입니다" "콘트라베이스"는 명대표가 특히 애착을 갖는 작품. 70년대 대학가에서 "명배우 명계남"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80년대 중반 무대을 떠나 카피라이터 스피치라이터 정치마케팅등 다양한 일을 하다 93년 연극판으로 돌아온 후 첫번째로 공연한 작품이었으나 관객들로부터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별 볼일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죠. 공연시간만 두시간이 넘고 대사만 6만자 분량이라 배우와 관객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작품이지만 꼭 한번 다시 평가받고 싶었어요" 올 연극계 최대 이슈는 9월에 열리는 "세계 연극제 97 서울/경기".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기대가 커요. 세계 유명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연극인으로서는 큰 행운입니다. 후배들과 함께 한 작품도 빼지 않고 다 볼 생각입니다" 명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영화제작사 "이스트필름"에서 이번 행사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계획도 있다. 영화계에서 명대표는 "충무로 검증 배우"로 통한다. 대부분 단역이지만 지난 3년간 제작된 한국영화치고 그의 얼굴이 비치지 않은 영화가 드물 정도. "영화쪽도 계속 활동영역을 넓힐 생각입니다. 특히 연기력갖춘 조.단역이 부족한 영화에 연극후배들을 연결시키는 일을 조직적으로 해볼려고 해요. 영화계는 필요한 배우들을 확보해서 좋고 후배들은 경제적으로 보탬이 될 뿐더러 새로운 연기경험을 쌓을 수 있어 우리나라 연극, 영화 발전에 도움이 돼지 않을까요"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