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파일] (나의 사무실 이야기) "비행기표 입석도 괜찮아요"

신입사원 소개가 있던 날! 모두들 긴장되고 설레는 모습들이었다. 그 중에서 내 눈에 가장 먼저 보이던 한 남자, 그는 겉으로 보기에 양복이 너무 어울리지 않아 한눈에 "촌"에서 온 사람임을 알게 해주었다. 그 신입사원이 내게 촌사람임을 한번 더 입증해 주었던 일이 있었다. 우리 회사 전직원의 해외출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나였기에 그의 첫번째 해외 출장도 내 손을 거치게 되었다. 출장 일자에 맞추어 비행기 좌석을 예약하려고 하던 중 그는 좌석이 없어 대기 상태밖에 될 수가 없었다. 출장 일자는 점점 다가오는데 그는 안절부절못하다가 한참 뒤에 무언가를 알아냈다는 얼굴을 하고 살짝 미소까지 지으며 나에게 던진 말. "좌석이 없으면 그냥 입석으로 해 주세요. 몇 시간 서서 가죠" 나는 너무 당황했지만 은근히 장난기가 발동하였다. "좀 힘들텐데요. 더군다나 비행기 입석은 신발을 벗고 가야 되요" 이정도면 농담이려니 생각했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할 수 없지요 뭐, 그럼 신발장은 따로 있나요? 어서 그거라도 주세요"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너무 상대방이 진지하게 나오는 터라 정말 힘들게 좌석을 마련하여 항공권을 주었고, 그는 무사히 출장을 떠났다. 며칠 뒤 내 책상 위에 "편안하게 앉아서 잘 다녀왔다"는 메모와 함께 빨간색 립스틱이 놓여져 있었다. 지금도 빨간색 립스틱을 바를 때면 그 신입사원의 순진한 모습이 떠올라 혼자 웃곤 한다. 장윤선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