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대통령의 경제마인드 .. 양승함 <연세대 정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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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은 대통령 선거의 해이다.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선출되는 대통령은 세계화 정보화시대를 대비하는 입국뿐만 아니라 통일 민족국가와 민주화의 입국기초를 다져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지니고 있다. 이와같은 사명을 완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경제이다. 경제적 부강 및 복지국가로서의 발돋움이야말로 21세기 입국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물론 한국사회는 이미 어느 한 사람의 지도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 한국의 사회 경제구조는 자율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발전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사회에 대한 통제, 그리고 정치의 경제에 대한 개입이 뿌리깊게 작용하여 왔기 때문에 한국의 사회 경제는 여전히 정치와 지도자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민주화를 지향한 문민정부의 지난 수년간 통치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정치와 경제는 밀접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의 정치와 경제는 국제환경과 국내정치 문제의 특수성으로 인해 뗄래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과거 60-70년대와 같이 단순히 경제발전을 시도하던 때와는 달리 오늘날의 정치와 경제는 미묘하면서도 세부적인 사항에까지 서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에 들어서고 있다. 다시 말해 사회 경제구조는 복잡화되고 가속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에대한 정치지도자의 정책 효율성에 따라서 경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한국적 상황은 그 어느때 보다도 경제마인드를 갖춘 대통령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이 경제학을 통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자신의 정치적 정책적 결정이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춰야 한다. 특히 대통령은 경제구조와 운영 및 특성 등에 대해서 포괄적인 이해와 일관된 논리를 지녀야 할 것이며 자신의 경제철학을 일반국민에게 납득시킬수 있는 자질을 가져야 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지난 수년간은 정치적인 결정에 의한 개혁안이 이뤄져왔고,그나마 일관성이 결여돼 예측불능의 사태들로 점철되어 왔다. 이 결과 경제는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되었으며 최근에는 위기설까지 나돌게 되었다. 사실 그 동안은 경제정책이 부재했다고도 할 수 있다. 현 정부의 최대 업적중 하나인 금융실명제도 경제적 이유에서라기 보다는 정치적 동기에 의해서 실시됐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금융실명제에 따른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는 후속조치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던 사실에서도 입증됐으며 그 결과 사상 최대의 부도율을 기록하고 말았던 것이다. 정경유착의 연결고리를 끊은 것은 현 정부의 업적으로 기록될 만하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정치적인 개혁으로만 그치고 말았을 뿐 이에 따른 경제적 대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사정한파로 인한 경제위축을 해빙시킨다는 일련의 조치들은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부재 속에서 오히려 재벌들에 "자유로운 손"을 제공해 경제공동화현상을 초래했다. 풍요와 침체가 교차하는 경제적 모순이 극단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사치풍조와 수출부진 등으로 인한 경상수지적자는 최고수치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재벌중심의 경제구조와 소비적 의식구조가 만연된 상태로는 선진국으로의 경제입국이 불가능하다. 과거에는 대기업 활성화가 곧 국민경제의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대기업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대표선수였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보화 및 세계화시대에서는 대기업들이 다국적 기업으로 전환함으로써 이들의 번영이 국민경제의 번영이라는 등식을 더이상 성립시키기 힘들어졌다. 대규모 해외현지법인 등을 설립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이익이 현지에서 관리되기 때문에 곧바로 국민경제에 이익을 주기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있어서 국가경쟁력은 중앙정부 또는 재벌 등과 같은 대규모 조직보다는 지방정부 또는 중소기업 등과 같은 소규모 조직의 활성화를 통해서 제고시키는 것이 장기적 경제부강과 복지국가 입국에 바람직하다. 정보와 지식의 혁명 그리고 과학기술 및 통신의 발달은 현대사회를 급변시키고 있으며 이에대한 적응은 소규모일수록 효율성이 높다고 하겠다. 강하고도 작은 정부를 목표로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규제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발호하고 있으며 이것이 국가경쟁력에 큰 걸림돌이라는 것은 이미 지적된 바 있다. 경제에 대한 정부규제완화가 경제를 "보이지 않는 손"에 운영되도록 방치하라는 말은 아니다. 정부는 이미 특혜를 받은 경제행위자와 그렇지 않은 경제행위자들간의 불공정한 게임이 더이상 지속되는 것을 시정하는 경제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정부는 치적홍보에만 급급한 나머지 국민의 허황된 사치풍조를 조장하는데 일조를 했음을 시인하고 무역 및 금융개방에 대처할 국민의 의식구조 전환노력을 해야 한다. 정보화시대에는 지식이 중요한 생산수단이 되며 지식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간의 격차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한층 심화될 것이다. 정부는 이제 전국민의 지식인화 또는 전문인화 정책을 추구하지 않고는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없을 것이다. 21세기 정보화시대에 있어서 지식은 곧 경제적 부를 낳으며 통일한국의 기반은 경제적 부를 통해서 이룰 수 있다. 한국경제의 지속적 번영은 대통령의 경제마인드에 의해서 큰 영향을 받게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