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섬우화] (12) 제1부 : 압구정동 지글러 <12>
입력
수정
"제가 공박사님에게 황금을 드린대도 싫다시니 제가 얼마나 매력없는 놈이면 이 압구정동의 황태자 지영웅을 개똥으로 보시는 겁니까? 이것은 저의 사전에는 없는 불명예입니다" 그는 청산유수로 말도 잘 한다. 그가 너무도 진지하게 무안당했다고 열변을 토하자 공박사는 배우겠다고 말을 해서 이 편두통환자를 고쳐줄 수 있다면 나중에 시간을 핑계로 안 배우면 되는 것이니까 적당히 넘어가기로 했다. "시간이 나면 내가 부탁할께요. 호의는 감사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정도로 해 두지요. 우선 그 오후 다섯시면 발작을 하는 편두통을 고쳐야 할것 아닙니까? 여기는 진료실입니다. 잡담해서 시간 보내는 곳도, 인생상담하는 곳도 아닙니다" 그러자 지영웅은 선선히 굴복을 하며 그녀의 지시를 따른다. 오늘은 지영웅이 돌아가면 예약환자가 없는 날이다. 그가 진료실에 들어온지도 어언 30분이 지나고 있다. 공박사도 마음이 좀 느긋하다. 공박사는 은근히 모든 현대여성들이 선망하는 골프를 자기도 굳이 거절할 필요가 있을까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나 이 여자다루는데 도가 튼 지영웅은 위험하다. 우선 자기도 사향냄새가 향기로운 이 젊은 남자에게 가끔 그의 지글러스러운 추악한 단면과 쌍스럽고 추한 말씨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은근히 저질스러운 호기심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혼자 사는 여자여서 일까? 남편이 옆에 있었다면 결코 흥미스럽지 않은 일에도 가끔 호기심을 느끼곤 한다. 특히 플레이 보이지를 보거나 야한 남자의 사진을 보면 그녀는 가끔 끓어오르는 성적 욕망 때문에 실색을 하고 마음을 정돈하지만 그녀의 욕망이 그대로 봄눈처럼 녹아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자기도 곤란하다고 할 정도로 원색적인 욕망에 사로잡히면 헬스클럽으로 가서 수영을 하거나 힘든 기구운동을 해서 가혹한 관능의 독약을 뱉어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충족되지 않는 욕망이 아주 말짱하게 깨끗이 씻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박사는 자기의 분출하는 성적 욕망을 생각하면서 창녀를 사는 남자들의 본능을 씻어내주는 제도적 업종이 있듯이 혼자 사는 여자에게도 그러한 통로가 있어주었으면 할 때가 있다. 그리고 옛날에는 창녀에게 가거나 술집 여자들에게 가서 성병을 옮겨와서 병원을 찾는 남자들을 무조건 경멸했었지만 지금은 좀 더 이해를가지고 환자들을 대하는 나이가 되었다. 아니 진정한 이해란 자기가 스스로 그러한 상황에 놓이지 않고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본에는 독수공방하는 중년 레이디들을 위해서 "레이디스클럽"이라는 디스코텍이 있다고 들었다. 그곳에는 남자 댄서들이 직업으로 고용되어 있는데 그들은 라이선스가 있는 무용수들이라고 한다. 어느 잡지에서 한가한 친구가 그런 기사를 읽고서 그녀에게 연하의 남자들과 터놓고 요금을 지불하고 춤을 출수 있는 곳에 가려면 일본에 가자고 한 적이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