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자) 계속 오르는 환율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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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서도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해 지난 13일에는 90년3월 시장평균환율제 도입이후 가장 높은 8백47.60원을 기록했다. 비록 정책당국은 경상수지적자축소를 다짐하고 있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수출품의 해외시장여건이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노동법개정에 항의하는 총파업사태까지 겹쳐 올해 국제수지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따라서 특별한 변화가 없는한 원화의 평가절하추세가 계속될것 같다. 현재 상황에서는 국내기업들이 환차손을 피할수 있는 방법이 극히 제한돼 있기 때문에 관심의 초점은 원화환율이 얼마까지 오를 것이냐에 모아질 수 밖에 없다. 환율수준은 외환시장에서의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경상수지 적자규모와 자본수지 흑자규모에 좌우된다. 올해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예측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1백50억~2백억달러로 전망되며 자본수지 흑자규모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거시경제운용방향에 달려 있다고 할수 있다. 한 예로 정책당국이 원화의 평가절하를 상당폭 용인하는 입장이라면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은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상업차관이나 뱅크론도입을 더 미루게 될 것이고 이는 다시 외화수급불균형으로 평가절하를 가속시키게 된다. 환율은 시장수급에 따라 결정되지만 동시에 시장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전달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정책당국의 판단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원론적으로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으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개입해봐야 일시적인 외환수급불균형을 해소해주고 환율의 급변동을 방지하는 정도다. 그러나 구조적인 국제수지 적자요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점은 올해 거시경제정책의 핵심사항으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경상수지적자를 줄이기 위해 평가절하를 계속해야 하느냐,아니면 총수요관리와 물가안정을 통해 환율안정을 꾀해야 하느냐는 점에 대해 상당한 논쟁이 있을수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환율이 시장수급을 반영해야 하지만 평가절하를 통한 수출증대와 국제수지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고 믿는다. 지금의 수출부진이 교역조건의 악화때문이며 수출물량은 지난해 17%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물론 평가절하로 수출기업의 채산성은 좋아지겠지만 구조조정 노력없이 환율조정에만 의지하는 것은 곤란하다. 아울러 기업투자의 효율성제고를 위한 제도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여기에는 금융시장개혁 유통구조개선 경쟁촉진 등이 포괄돼야 한다. 최근 일본 대장성도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외환거래법을 개정해 엔화의 세계화를 촉진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세계적인 산업경쟁력을 자랑하는 일본경제도 낙후된 금융시장때문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경제는 더말할 나위가 없다고 하겠다. 구조조정 없이 환율조정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단계는 지났으며 자칫하면 위기를 심화시킬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