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기고) 이종훈 <한국전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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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는 WTO(세계무역기구)체제의 출범과 함께 점차적으로 국가간 무역장벽이 제거되면서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하는 대변혁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따라서 전력사업은 이제까지의 국가별 지역별 독점공급체제에서 벗어나 기업간 또는 국가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전혀 새로운 경영환경에 직면해 있다. 또 세계 전력시장은 인구의 증가와 개도국의 산업화 진전에 따라 전력수요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아시아지역 국가에서는 연평균 6~10%의 수요증가가 예상되고 있어 신규 발전설비에 대한 수요도 그만큼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을 경험한 중남미국가의 경우도 경제 재도약 정책의 추진에 따라 발전설비 건설에 필요한 재원과 기술인력 부족현상이 심화될 것이므로 세계의 전력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고 할 것이다. 한전은 이러한 시대상황을 전력사업 해외진출의 전기로 활용하고자 일찍부터 대비해 왔다. 국내 전력기술의 자립을 위해 관련업체간 업무를 분담, 한국표준형 원전과 표준형 화력발전소의 개발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손으로 이루어 낸 영광원전 3,4호기와 태안화력 및 보령화력이 미국의 유력한 기술전문지에 의해 세계 최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됨으로써 우리의 발전설비는 이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수 플랜트로 자리잡게 되었다.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전력사업 해외진출방안에 관한 연구결과보고"에 따르면 한전은 해외전력시장 진출에 있어서 발전소 건설관리 및 운영분야와 투자재원 조달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신인도가 다른 기업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의 운영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어 한전이 지닌 이러한 장점은 세계시장 진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발전설비와 같은 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제일 먼저 고려되는 것은 기술과 재원인데 한전은 이미 그러한 기술과 그만한 재원 조달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전은 60년대 이후 방대한 전원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재원조달과정에서 축적된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신인도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발전소건설 및 운전관리능력을 공유하고 있다. 한전이 동원할 수 있는 양질의 재원과 숙련된 기술 및 사업관리능력은 전체적인 사업비의 절감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이는 곧 한전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한 우리의 기대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전력이 93년에 중국 광동원자력발전소의 정비기술용역과 95년에 필리핀 말라야화력 성능복구 및 운영사업을 맡은데 이어 지난해에는 필리핀 바탕가스 지역의 일리한복합화력 건설 및 운영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북한에 지원되는 한국표준형원전 건설의 주계약자로서 지금은 모든 의정서의 체결을 끝내고 새 봄과 더불어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업은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로서 착실히 그 입지를 넓혀나가게 될 것이다. 한전이 기도하는 해외전력사업은 종합플랜트사업으로서 한전 단독으로 참여하기 보다는 국내 관련기업의 동반진출을 통하여 연계산업의 수출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가 이미 확보하고 있는 한국표준형 발전설비(원자력 1백만kW,화력 50만kW)의 경우는 국내 관련사간의 역할분담 및 긴밀한 협력체제를 통하여 합목적적인 효과 거양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수로와 같은 일부 분야는 외국과의 합작진출도 구상중에 있다. 이와 병행하여 한전은 발전소 건설과 오랫동안 축적한 건설 및 운전기술의 이전을 패키지화하여 외국의 경쟁 상대업체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특히 에너지자원이 풍부한 동남아지역에서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에너지자원의 도입과 연계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한전의 해외시장 진출은 이미 시작되었다. 앞으로 그 영역을 얼마나 더 넓혀갈 수 있는지는 오로지 우리의 노력과 국민의 성원 여하에 달려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