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집값 안정 억지 타령

"지하철 개통 등 교통여건이 좋아지면서 몇몇 특정지역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입니다. 걱정할 것 없어요" 지난해 12월들어 분당 목동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이상 급등하면서 집값불안심리가 확산되자 건설교통부 담당관리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내뱉은 말이다. "분당 목동뿐 아니라 서울 강남과 여의도 일산 평촌 등 수도권 전지역의 집값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 고삐를 잡지않으면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언론이 괜히 집값이 뛴다고 자꾸 보도해 일반인들의 불안심리만 가중시키고 있다. 언론만 가만이 있으면 가수요가 없어지고 집값도 오르지 않는다" 새해들어서도 집값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오히려 서울 강남과 신도시뿐아니라 강북 및 외곽지역으로까지 확산되는 현상을 놓고 기자들과 건설교통부 주택정책담당자가 나눈 대화이다. 언론이 집값을 부추긴다는 것이 정부의 상황인식이었던 셈이다. 불과 몇일전의 일이다. 그 며칠뒤인 20일 건교부는 정부 부동산 합동대책회의를 열고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이란걸 내놓았다. "집값이 안오른다더니 웬 호들갑이냐" 기자들의 당연한 힐난이었다. "집값이 오를 요인은 전혀 없다. 경제도 안좋고 공급도 충분하다. 그런데 집값이 왜 오른단 말이냐. 지금 집값은 그래서 거품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대책은 다만 불안심리로 집값이 오르는 걸 막기 위한 것이다" 이날도 건교부 관리의 소신(?)은 여전했다. 이같은 소신(?) 탓인지 정부의 ''대책''내용은 알맹이 없이 기존 정책들을짜깁기한데 그친 인상이 짙다. 당연히 실효성에 의문의 든다. 잘못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한 정책은 결국 구호일 뿐이다. ''눈가리고 아옹''식의 구호가 가져올 폐해는 집없는 서민들의 몫이다. 지금 집값이 정부당국의 진단처럼 ''거품''이라면 그만한 다행이 없겠지만''현실''이라면 실로 답답한 노릇이다. 김상철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