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관객만 모십니다"..연극가 40~50대 다룬 작품들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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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관객을 잡아라" 연극의 주관객층인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춘 뮤지컬과 코미디극이 홍수를 이루고있는 가운데 최근들어 중년층의 문제를 다루거나 이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대거 선보이며 중년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년층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는 무대로는 극단가교의 악극 "울고 넘는 박달재"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극단창고극장의 "박돌이과 갑순이" (31일까지 파워3극장), 공연기획 이다의 "쌍코랑 말코랑 이별연습"(2월9일까지 인간소극장) 등. 이들 작품은 중견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호소력있는 구성으로 중년 관객들의 발길을 꾸준하게 모으고 있다. 이어 극단민중이 2월6일~3월3일 문예회관 대극장무대에 올리는 "이상적 남편" (오스카 와일드 작 정진수 각색.연출)과 공연기획 열린판이 22일부터 바탕골소극장에서 공연에 들어간 "중년의 남자에겐..." (김행호 작 성준현 연출)도 중년층 공략을 표방하고 나선 작품들. "이상적 남편"은 최근 최은미씨를 새대표로 선출, 분위기를 일신한 극단민중이 의욕적으로 준비한 작품이다. 원작자 오스카 와일드는 영국의 전통풍속희곡 멜로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한 작품을 통해 당시 빅토리아왕조의 도덕률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가해 대중적 인기를 모았던 작가. "원더미어 부인의 부채" (1891), "하찮은 여자" (1893) 등에 이어 1895년에 발표한 "이상적 남편"은 남편에게 아내의 이해와 용서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리고 있다.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인 정진수씨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각색.연출한는 이번 무대는 원작의 주제를 잃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상류층의 부패와 비리 등에 대한 비판에 적지 않은 무게를 실었다. 극은 국가기밀을 기업에 빼돌린 대가로 자금지원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된 최성준이 미국 로비스트 애니로부터 협박당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한국 원자력발전소 건설수주경쟁에 나선 미국회사의 문제점을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할 경우 과거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것. 최의원이 협박에 굴복, 국감 포기를 결정하자 전후사정을 모르는 아내 윤혜림은 국감참여를 설득하다가 애니로부터 남편의 부도덕한 비리사실을 전해듣고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이해와 용서를 통해 남편의 성공적인 국감과 정계활동을 이끌어낸다. 정이사장은 "격렬한 몸짓과 자극적인 무대효과를 자제한 대사위주의 지적인 언어극이 될것"이라며 "점차 늘어나고 있는 중.장년 관객층을 주타겟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오영수 김성녀 양금석 윤여성씨 등 출연. 문의 3672-2090 이 시대 중년 남성의 자화상을 그리는 "중년의 남자에겐..."은 지난해 "중년의 남자에겐 미래가 없다"라는 제목으로 공연했던 작품을 새롭게 꾸민 조명남씨의 모노드라마. 김철리씨가 무대감독으로 가세, 초연때 미흡했던 점들을 보완했다. 가장 큰 변화는 원제에서 "미래가 없다"는 부분을 삭제한 데서 암시하듯이 중년남자들의 상실감보다 그들의 역할에 무게를 실었다고 극단측은 밝혔다. 공연후 관객과 배우가 함께 탈출구를 찾아보는 시간도 마련된다. 문의 736-2575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