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자) 갈수록 더 어두워지는 경제

2.4분기말이나 3.4분기초에 경기가 상승세로 반전할 것이라는 전망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관변연구소는 물론 정부일각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성장률이 1분기에는 5%대, 2분기에는 4%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성장 6%내외, 경상수지적자 1백40억~1백60억달러를 골격으로 하는 올해 경제운용계획이 발표된지 불과 1주일만에 벌써부터 이런 전망이 관변에서 조차 나오고 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물론 정부의 공식적인 견해는 아니지만 이같은 일부 정부관계자들의 비관적인 전망은 따지고보면 그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고 설득력이 있다는 점에서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선 엔화의 급격한 평가절하가 우리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중에는 원 절하가 그나마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부추기는 수단이 돼왔다고 볼 수 있는데, 올들어서는 엔화가 원화보다 훨씬 빠르게 절하되고 있고 이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고 보면 철강 반도체 유화등 주종상품의 수출전망은 오히려 더 어두워졌다고 할수 있다. 노동법과 관련, 새해초부터 빚어진 파업사태가 거의 한달이 다가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당초 운용계획을 짤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로 지적되고 있다. 한보그룹부도도 금융가와 관련업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면 당초 전망보다 올해 경제가 좋지 못한 출발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6%내외"라는 경제운용계획상의 표현은 5.5% 이상을 목표로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업증가로 인해 사회적인 불안이 빚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이 정도의 성장은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2.4분기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지고 4.4분기 이후에 경기가 저점(저점)을 지나더라도 그 오름세는 지극히 완만해 내년들어서도 상당기간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은 걱정스러울 수 밖에 없다. 선거의 해가 아니더라도 불황기에는 빠른 시일내에 경기회복을 점치는 등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게 관변의 성향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불황이 본격화한 작년 하반기이후에도 성장률(3분기 6.4%)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던 철강 유화 반도체등 장치산업적 성격이 짙은 대기업들이 재고증가속에서도 생산을 줄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20%를 넘는 재고증가율을 감안하면 과연 언제까지 생산조정을 미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고용사정이 악화되게 마련이기 때문에 올해중 실업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은 이미 일반화돼 있지만, 그 정도가 정말 우려할 수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다같이 걱정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인과 노동조합, 그리고 가계까지 모두 경제현실을 직시하는 자세가 정말 긴요하고 절실한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