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부도 이후] "의혹" .. 5조7천억원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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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5조7천억원이나 필요했을까. 한보가 실제로 당진제철소 건설작업에만 이 돈을 전부 쏟아부었을까. 혹시 다른 곳에 전용한 것은 아닌가. 한보가 쓰러지자 속속 제기되고 있는 의문들이다. 이와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한보가 당초 사업계획을 작성할 때는 총투자비를2조7천억원으로 책정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엉터리" 계획을 짜지 않은 한 실제와 2배가 넘는 격차를 보일리가 없다는것이다. 실제로 업계 전문가들은 한보가 이미 완료된 1단계 공사에서 기존 업체에 비해 약 50%의 돈을 더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보는 연산 10만t 소형봉강공장과 열연1차공장에 각각 4천3백억원,7천7백억원을 투입하는등 1단계 공사에 모두 1조5천55억원을 썼다. 그러나 이 정도 공사면 실제론 1조원이면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형봉강공장은 3천억원 미만이면 충분하다는게 이들의 계산이다. 열연공장의 경우도 여러가지 사정을 다르지만 포철이 같은 규모 공장을 6천4백억원으로 건설한 사례를 들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2단계 공사에 한보가 책정한 예산은 3조9천8백억원 이 가운데 이미 3조2천억원이 투입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 사업비도 규모면에서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모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했으면 최소 30%는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1조원 미만이면 되는 1단계 공사에 5천억원이나 더 썼고 2단계 공사에도 과도한 사업비를 책정했기에 "낭비"가 아니라면 어디론가 "흘러보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나올만 한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을 현재로선 추정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다. 한보가 부담해 온 엄청난 금융비 환율의 변동 토지비용의 상승등을 철저히 따져 분석한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한보가 당진제철소에 한푼이 아쉬운 시점에서 유원건설과 상아제약을 인수하고 정보통신분야에 신규 진출하는가 하면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사업에까지 손을 뻗쳐온 사실은 분명 이런저런 의혹을갖기에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한보가 사업계획상에 필요예산을 부풀려 놓고 "남아도는" 자금을 계열사에 지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보가 경영 미숙으로 돈을 낭비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한보철강은 공장 진입도로와 사회간접시설 건설에 예상보다 4~5배이상의 돈을 투입하기도 했다. 한보 관계자가 "포철이라는 초대형 업체와 한보가 똑 같은 발주능력을 가졌다고 보면 곤란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규설비 도입에 따른 예상치 못한 자금수요증가 등 요인을 감안하면 5조7천억원은 결코 충분한 사업비가 못됐다는 게 한보의 설명이다. 어쨋든 한보는 엄청남 자금을 끌어쓴 괴력 못지 않게 그 사용처에 대해서도 숱한 미스테리를 남겨 놓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