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식이 남긴 채무 부모승계는 위헌소지" .. 부산지법

자식이 갑자기 사망한 뒤 법규정을 제대로 몰라 정해진 기간내에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모가 자식의 채무부담까지 지도록한 현행 민법조항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결정이 내려졌다. 부산지법 민사 34단독 지영철 판사는 29일 아들의 승용차에 탔다가 사고로 숨진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당한 김모씨(61.부산시 남구 대연동) 부부가 "상속인이 상속개시일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한정상속 승인 내지 상속포기를 하지 않을 경우 피상속인의 채무까지 상속해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한 민법제 1026조 (법정단순승인) 2항에 대해 제기한 위헌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여 이를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 지판사는 결정문에서 "본인의 의사나 귀책사유 없이 채무를 부담시킬 수 없는것이 근대사법의 대원칙이므로 자신의 고의나 과실이 없는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지지 않아야 하며 상속인도 예외는 아니다"고 전제한 뒤 "고려기간 (3개월)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행위에 따른 상속채무를 떠맡을 이유는 없다"고위헌심판제청이유를 밝혔다. 지판사는 이어 "고려기간의 경과를 상속승인으로 간주하는 민법 관련조항은 단지 상속인이라는 지위만으로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하도록 하는 부담을 지워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상의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볼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조항은 상속채권자에 대한 배려에만 치우친 나머지 상속인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도외시하는 점에서 헌법에 규정된 평등권과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판사는 덧붙였다. 김씨부부는 지난 95년 12월 아들(25.대학휴학생)의 친구 한모씨(26)가 아들소유의 차를 운전하다 추돌사고를 내는 바람에 아들과 한씨, 여자 동승객 2명 등 모두 4명이 숨진 뒤 지난 6월 동승객들의 가족이 김씨부부와한씨의 부모를 상대로 각각 1억2천만원씩을 요구하는 연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자 지난해 11월 14일 위헌심판제청신청을 제기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