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PC 부도] 컴퓨터업계 파장 확산 .. 300개업체 피해

한국IPC(회장 김태호)가 거액의 부도를 내자 파장이 컴퓨터 업계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한국IPC의 부도여파는 먼저 두원전자가 자본출자한 멀티그램을 비롯해 세양정보통신 성원정보기술 벽산정보산업등 중견업체들을 엄습하고 있다. 한국IPC에 PC를 납품해온 멀티그램은 물론 부품을 공급했던 세양 성원 벽산등이 타격을 입게돼 용산전자상가의 유통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우려되고 있다. 멀티그램이 2백50억~3백억원(추정)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으며 세양 성원벽산등도 각각 30억~50억원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싱가포르 본사로부터 지급보증을 받은 성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심한 자금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95년 컴퓨터 유통업체인 소프트라인이 2백억원대 부도를 내자 채권단 구성업체수가 1백50여개에 이르렀던 것을 감안하면 한국IPC의 1천억원대(추정) 부도에는 3백개 이상의 업체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부도로 용산의 컴퓨터 상가는 연쇄부도 위기에 휩싸여 있다. 우선 한국IPC와 거래해온 용산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또 이번 부도로 인한 여파로 용산상가의 제품과 자금유통을 급속히 경색시켜 한국IPC와 거래가 없는 업체들에게도 심각한 여파를 몰고올 전망이다. 이는 중견업체들이 기침을 하면 용산의 조립업체들은 자금유통에 심각한 타격을 받아 감기에 걸리게 된다는 용산의 취약한 유통구조에서 비롯된다. 한편 한국IPC는 지난해부터 부도설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부터 비롯된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컴퓨터 유통업계가 한파를 맞자 이 회사의 대리점들이 연속 부도를 내는 악재를 맞았다. 이 회사는 부도를 피하고자 두원측에 인수를 타진했으며 최근 인수협상이 결렬됐고 자금압박을 이기지 못해 부도를 낸것으로 알려졌다. 한국IPC는 이번 부도를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경영을 맡아온 형진우사장이 최근 사표를 내고 계열사로 옮겨갔으며 지난해말 설립한 계열사 한국PC&C등으로 재산을 빼돌려 왔다는게 일부 채권단들의 주장이다. 또 한국IPC의 어음을 할인한 금융기관들은 "한국IPC에 3백억원대의 어음배서를 해준 멀티그램이 사실상 두원그룹의 계열사인 만큼 두원그룹이 배서어음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원은 이에대해 "멀티그램에 33% 지분을 출자만 했을뿐 계열사는 아니다"라며 멀티그램의 남기병사장이 무단으로 어음배서를 해왔다고 반박했다. 두원은 멀티그램의 남기병 사장과 한국IPC의 김태호회장을 어음사기죄등으로고소했다고 덧붙였다. 소문이 무성하던 한국IPC가 결국 좌초함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컴퓨터 유통시장의 주름살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