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부도 파문] 대형비리 "단골"..정태수 총회장과 중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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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권력형 비리와 관련돼 검찰에 소환된 것은 이번으로 세번째다. 수서사건(91년),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사건(95년)에 이어 또 다시 검찰의수사대상이 된 것. 이번 특혜대출건도 그렇지만 정총회장이 연루된 사건은 모두 나라전체가 뒤흔들릴 정도의 "대형 비리"라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정총회장은 한번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 수서사건때나 비자금사건때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리고 재판을 받을 때마다 그의 사업은 더욱 번창했다. 그래서 그의 90년대 이력은 "구속->집행유예->재기"의 반복이다. 권력의 그늘에 의지해 자라온 정총회장이기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그가 이번에는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총회장이 법정에 처음 선 것은 수서사건때다. 수서지구의 자연녹지를 매입해 이를 주택조합택지로 개발하기 위해 청와대서울시 국회 구건설부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 당시 정총회장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며 "내가 입을 열면 여러사람이 다친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리고 한보그룹이 공중분해될 것이라는 국민들의 예상을 뒤엎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두번째 소환된 것은 지난 95년 대통령비자금사건때. 그룹규모는 10위권 밖이지만 뇌물액수로는 몇 손가락안에 들었다. 그래서 "역시 정태수"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는 이때 수서사건때와는 달리 "무조건 잘못했다"는 법정태도를 취해 분위기에 동물적으로 반응하는 재주를 보였다. 정총회장을 또 다시 수사하게 된 검찰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그가 여러차례 소환되다 보니 조사를 받는 데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어서다. 그를 수사했던 검찰관계자는 그의 입을 "철구"라고 부른다. 좀체로 말을 안하는데다 "몸이 아프다" "잘 알아듣지 못했다"등으로 수사의김을 빼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전하고 있다. 검찰이 이번에는 정총회장의 입을 통해 "자백"을 받고 법의 심판을 받도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