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비용 10% 절감의 해법..이성용 <AT커니 한국지사장>

요즈음 경영상의 애로를 호소하는 한국 기업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고자본 비용으로 인한 어려움, 고물류 비용, 고노동 비용등 기업들의 애로사항은 끝이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전분야의 10% 절감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10%라는 수치는 오늘날 한국에 10%의 비용 절감과 10%의 경쟁력 향상의 요구가 절실함을 알려 준다. 비용절감에 있어 변동비용이 고정비용보다 줄이기 쉽다. 원가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변동 비용은 전체 제조 비용의 30%를 차지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실제로 오늘날의 규제와 맞물려 비용을 고려해 볼 때 대부분의 노동비는 고정 비용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론적으로는 직원수가 생산 수준에 따라 달라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가동율이 1백%이건 60%이건 직원을 해고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직원수는 그대로 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논리로 제조업의 비용을 다시 추산해보면 진정한 의미의 변동 비용은 총 비용의 15~20%이하로 내려간다. 변동 비용중에는 무형 상품의 변동 감가 상각 및 판매 제품의 연구 개발 비용까지도 포함이 되는 경우가 있다.(소프트웨어 사업에서는 보편화된 일임) 이 경우 정확한 의미의 변동 비용은 더 낮아져 "회계상"의 변동 비용보다 약3~5% 더 떨어질 수 있다. 1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은 두 부문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사무직 직원수와 경비등의 절감이 그것이다.(단 공공 단체등에 불필요한 헌금등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경비 부문의 절감은 짧은 기간내에 또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접대비등은 단순히 쓰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평균적으로 접대비 절감으로 실질 경비의 절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접대비등의 절감으로 없어지는 것은 "거품"일 뿐이고 근본적인 비용 절감효과는 거의 거두기 어렵다. 과외 지출을 줄인 덕분에 납세후 순이익은 증가할 수 있으나 이를 비용 구조의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그 핵심을 해결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10%의 절감효과는 경비를 줄이는 것에서가 아니라 제품을 10% 싸게 생산해 낼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이는 제품생산에 소요되는 직접 및 간접 비용을 줄임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이에 대한 해답 역시 간단하지 않다. 물론 공장가동을 중지한다든지, 인력을 재배치한다든지, 전략적 소싱을 단행한다든지 하는 사업의 전면적 구조개편이 있을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에 매력적인 해법은 아니다. 그렇다면 비용절감의 해결책은 나머지 하나, 즉 사무직 근로자수를 줄이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동안 큰 폭으로 임금인상이 이뤄졌고 생산직 근로자들의 생산성도 아직 향상시킬 기회가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노동조합 때문에 회사의 입장에서는 사무직근로자 부문에 조직재개편 프로그램을 실행하기가 더 쉽다. 사무직 근로자들의 생산성결여에 대해 한국과 일본에서는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렇지만 한국의 기업들은 오늘날에도 비생산적인 근로자들을 어떤 형태로든 지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언론이 해고위협에 대해 많은 경고를 던지고는 있지만 한국에서는 실질적인 "해고"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요즈음 상당수의 한국 기업들이 조기 퇴직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 제도는 해고대상을 사용자가 지정할 수 없기 때문에 필자의 소견으로는 오히려 생산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유능한 사원들은 더 많은 퇴직금을 챙겨 퇴사하게 되고, 나갔으면 했던 사람만 남아 있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해고를 법으로 금하고 있는 한국의 노동법에도 문제가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의 기업들이 사무직의 생산성을 측정할 능력이 없다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예컨대 고용 및 승진기준을 정하기 위해서는 업무생산량과 업무 프로세스를 측정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행위가 이뤄지지 않거나 거의 없다. 물론 일정한 양식의 연례평가 내지는 인사 고과과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때 4대 재벌기업의 인사부를 포함해 한국 기업의 인사부에서 행해지는 연례평가는 피상적일 뿐이며 또한 대개가 직원들의 평가에 관대한 편이다. 그래서 사원을 해고하고자 해도 이런 결정을 뒷받침할만한 근거자료가 없다. 물론 하는 일마다 모두 문서화해두자는 얘기는 아니다. 이는 한국 문화에도 반하는 것이다. 다만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미리 잘 취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10%의 비용절감으로는 "거품"만을 없앨 수 있을 뿐이지 경쟁력을 향상시키지는 못한다. 한국 기업이 직면한 문제는 매우 심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임시방편적 해결책으로는 시장에서 승리할 수 없다. 현재 유행하는 "10% 경쟁력높이기"캠페인에 편승하기 보다 이제 기업들은 비용의 핵심구조를 분석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부문(예를 들어 노동력 공장합리화 등)을 공략해야 한다. 이것만이 OECD가입으로 가중될 경쟁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