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부도 파문] 국내은행 해외지점 "곤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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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철강의 부도파문이 국제금융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계 금융기관들은 한국계은행들에 자금지원을 거부하는가 하면 홍콩 독일등의 감독당국들도 현지 한국계 은행들에 대해 신용리스크방지대책등을요구하고 나섰다. 또 국내기관들의 단기차입금리도 크게 오르고 있으며 일부 금융기관은 외국인수자들이 인수를 거부함에 따라 채권발행을 연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다시 국내외환시장에 달러화부족현상을 심화시켜 원화환율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물론 한국은행은 한보부도로 인한 파문이 국제시장으로 번지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그리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지금융기관들은 한보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차입은 말할 것도없고 현지영업에도 상당한 영향이 초래될 것이라며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외신용도 타격 =해외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은행들은 현지감독당국으로부터 유동성리스크 대처능력,즉 필요자금을 제때 조달해 제때 지급할수 있는지에 대해 의심섞인 질의를 받고 있다. 한보철강의 부도로 거액의 부실여신이 발생한데다 "은행이 부도나더라도 정부에서 지원하지 않겠다"는 이석채경제수석의 말이 전해진데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 일본은 물론 홍콩 독일등의 감독당국은 현지 한국계은행들을 불러"한보철강부도로 인한 피해와 유동성대책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현지 감독당국은 특히 이번에 대규모 부실여신이 발생한 산업 제일 외환 조흥은행의 유동성능력을 면밀히 따지고 있다고 현지관계자들은 전했다. 특히 지난 30일과 31일엔 일본 단자사(자금중개회사)가 한국계은행에 단기자금공여를 거절, 조흥 제일 서울은행등이 자금을 제때 막지못해 일시나마 부도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조흥 제일 상업 서울은행의 현지지점장을 불러 대책을 따졌으며 한국은행사무소장에겐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 은행은 현지의 산업은행등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수혈받아 부도를 면했지만 이런 상태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현지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일본의 한국계은행들이 본점에 은행당 1억달러를 긴급지원해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한보철강파문이 빨리 가라앉지 않는한 이런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독일현지법인의 관계자도 "이곳 한국계은행의 유동성능력에 대한 의심은 아직 크지 않은 상태지만 지난 82년 장영자사건때 영국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이 조흥은행본점에 검사반을 파견한 적이 있어 현지 금융기관들사이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달금리속등 =가장 민감하게 충격을 받고 있는 부분은 역시 조달금리 쪽이다. 특히 일본 홍콩등에 나가있는 은행과 종금사들에 타격이 크다. 이들은 하루짜리를 비롯 1주일물 3개월물등 1년이하의 단기물을 많이 써왔기 때문에 그만큼 한보부도 파문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홍콩에서 주로 한국금융기관들을 상대로 영업하고 있는 일본장기신용은행의경우 이미 제일은행에 대해 20bp(1bp는 0.01%)정도 금리를 높게 받고 있고산업은행에 대해서도 15bp 정도 적용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본사와 접촉한 일본장기신용은행 관계자는 "한보파문이 가라앉기까지는 한국금융기관들에 대한 대출도 보수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기존 대출금에 대해서도 상환시기등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서도 한보충격은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환은행 싱가포르 지점의 한관계자는 차입금리가 15bp 정도 올랐다고 밝히고 일본에서 처럼 영업에 직접 지장이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해외단기 차입금리는 한보 파문이후 평균 0.05%포인트 정도 상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국가별로 시장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파장의확산을 우려했다. 자금상환요구 =한국금융기관에 대한 신용리스크는 기존의 대출을 상환받고 신규 대출을 억제 하려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면서 한국금융기관들을 압박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2억달러 규모로 예정했던 해외주식 예탁증서 발행을 이미 무기 연기한 상태이고 제일은행 종합금융회사들도 일부에서나마 만기상환 요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그동안엔 만기상환이 돌아오면 대부분 차환발행하는 형식으로 해결했으나 한보파문이후에는 현금으로 상환해달라는 요청을 여러건받고 있다고 밝히고 채권자들과 개별 협상을 통해 해결할 계획이라며 상황 변화를 설명했다. 특히 종금사들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종금사들은 지난해부터 홍콩등지에서 주로 일본계 기관으로부터 20억달러가넘는 자금을 빌려 이를 중남미 러시아등에 대규모로 투자해 왔으나 현지 금융기관들이 대출자금의 회수를 요구하고 나서 비상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종금사의 한관계자는 "한국계 종금사들이 회사별로 3천만~5천만달러씩 상환요청을 받고 있다"고 밝히고 "한보사태가 종금사들의 해외영업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홍콩에는 75개의 국내금융기관들이 진출해 모두 35억달러정도를 차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량기업 채권 =금융기관들이 압박을 받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의 우량기업들은 아직은 종전의 조건으로 해외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8천만달러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기아자동차는 미재무부 증권(TB)에 57bp(0.57%)를 더한 좋은 조건을 얻어냈고 한국전력도 최근 3억달러의 양키본드를 발행하면서 TB금리에 45bp를 더한 비교적 양호한 금리로자금을 조달했다. 해외시장에서 거래되는 한국물(코리언 페이퍼, 해외전환사채 주식예탁증서등)들도 충격이 심각한 편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론 프리미엄이 10%포인트 이상 크게 떨어진 종목들도 있지만 한보파문 이전보다 오히려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된 종목들도 적지않아 해외 한국물들이 전면적인 충격을 받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증권계는 그러나 국제신용도가 최상급으로 분류되는 한전등 초대형 기업들을 제외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해외자금 조달은 점차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