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마하티르총리의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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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 이스트(Look East)운동" 지난 80년대후반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총리가 대대적으로 펼쳤던 국민운동이다. 짧은 기간내 고도성장을 이룬 "동방(east)국가" 한국과 일본의 근면과 성실을 배우자는 취지. 10년뒤인 지금 말레이시아는 이미 배우는 단계를 뛰어넘었다. 2020년까지 선진국 진입을 이루겠다는 야심찬 "비전 2020전략"을 추진중이다. 전국토는 개발열기로 뜨겁다. 사회간접자본(인프라)공사는 거의 마무리단계이다. 인프라 위에 들어설 상부구조(소프트웨어)건설에는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회장같은 정보화의 귀재들까지 끌어들였다. 지난달초 말레이시아판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는 "MSC(정보기반정비계획)"의 자문위원으로 빌게이츠는 물론 루이스거스너 IBM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사장 등 30여명의 세계 정보통신업계 거물들을 대거 "초빙"했을 정도다. 한때 말레이시아의 개발모델이었던 한국의 지금은 어떤가.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노동법개정파문 한보철강부도까지 겹친 "3재"를 앓고 있다. 선진국 문턱에서 그냥 주저앉을 것만 같은 분위기다. 외지의 분석도 다르지 않다. "한보철강부도는 금융부문을 포함한 한국기업들이 안고 있는 오랜 문제점을드러낸다. 업계에선 다른 대기업들도 유사한 위기에 몰리지 않을까 두려워한다."(미 월스트리트저널) "경제적으로 후기산업사회로의 이행과정에서 커다란 적응과 현대화의 위기를 맞고 있으며 정치적으로는 고통스런 변신과 탈피의 과정으로 평가된다."(독 알게마이너지) 최근 말레이시아를 방문, 마하티르총리를 만났다는 한 재계인사는 그가 했다는 뼈있는 "농담"을 전했다. 그 속에는 말레이시아인의 바뀐 한국관이 잘 나타나 있다. "마하티르총리는 요즘도 "룩 이스트"운동을 계속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얼마전부터 내용을 조금 바꿨대요. 국민들에게 왼쪽 눈은 감고 쳐다보라고 한다고 해요..." 육동인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