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부도 파문] 특별한 성과없어 "주춤" .. 수사 이모저모

쾌속질주를 거듭하던 검찰의 행보가 외견상 주춤해지고 있다. 한보 특혜의혹사건 수사에 착수한지 꼬박 1주일째를 맞은 3일 검찰청사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다. 이날 소환이 확실한 것으로 점쳐졌던 이형구 전산업은행총재는 결국 모습을보이지 않았으며 다만 박석태 제일은행상무를 비롯한 은행 실무자들 몇몇이다녀간 것이 외부로 드러난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검찰의 잰걸음을 잡아두고 있는 것일까. 크게 두가지 해석이가능하다. 우선 검찰이 "입열기"에 주력하고 있는 정총회장과 이철수 전제일은행장으로부터 예상대로 또는 예상과는 달리 "시원스런" 진술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총회장의 경우는 예상대로다. 한 수사관계자는 "입을 좀 연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결국 아무 말도 안한 것으로 보면 맞다. "기업 총수치고 명절이나 연말때 조금씩 안주는 사람 있느냐. 나도 그 정도 수준에서 후원금조로 좀 줬다"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이전행장은 아들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아 검찰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물론 수사관계자들이 연막을 잘 피운다는 관례를 감안할 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애를 먹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만으로 검찰수사가 "답보" 또는 "난항"을 겪고 있다고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그보다는 조만간 닥칠 "고관대작"의 소환에 앞서 치밀한 사전준비를 하는 일종의 "정중동" 또는 "태풍전야"가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이와관련해 검찰주변에서는 검찰이 지난 2일 은행감독원으로부터 넘겨받은한보의 대출관련 자료를 통해 비자금 향방의 단서를 확실히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아침 한 검찰 고위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주 안으로 수사가 다끝나지는 않겠지만 뭔가 나올 것"이라며 "사건파장이 어디까지 퍼져 나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이렇게 볼 때 정치인의 소환은 당초 스케줄보다는 조금 늦은 설 직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그 폭발력은 가히 "A급태풍"에 버금갈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