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포커스] 'M&A 전성시대'.."둘이 모이니 합이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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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인수합병)가 기업경영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몇년간 풍미했던 리엔지니어링 리스트럭처링 시대는 막을 내리고 M&A가 기업경쟁력의 키워드(key word)로 등장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보잉사는 세계최대의 방위산업체인 맥도널더글러스(MD)를 1백33억달러에 인수키로 해 세계를 M&A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보잉과 MD의 합병은 침체일로에 있는 미국 항공방위산업을 되살릴 수 있는 돌파구로 평가되고 있다. 보잉의 라이벌인 유럽의 에어버스는 합병으로 탄생한 "거대공룡"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느슨한 컨소시엄형태에서 벗어나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말 그대로 세계항공업계의 지각변동을 몰고왔다고 할 수 있다. 증권데이터사에 따르면 96년 전세계 M&A금액은 95년(9천5백억달러)보다 20%증가한 1조1천4백억달러에 달했다. 증권데이터사는 지난해 통신.국방산업에서 대형합병이 일어나 M&A가 이처럼 활기를 띠었다고 풀이했다. M&A가 가장 활발한 곳은 단연 미국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완료되거나 발표된 대형합병은 1백억달러를 넘는 매머드급 합병 7건을 포함, 모두 12건이었다. 금액은 95년보다 27%늘어난 6천5백90억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4월 통신업체인 벨애틀랜틱이 나이넥스사를 2백70억달러에 합병한 것을 계기로 초대형합병은 물꼬가 터졌다. 보잉과 MD, SBC커뮤니케이션과 퍼시픽 텔레시스 등 대부분 해당분야에 미국내 최대이거나 세계최대기업으로 부상해 미국경제, 나아가 세계경제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유럽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기업들이 M&A를 통해 "고양이에서 호랑이"로 변신을 서두르자 유럽기업들도 이에 뒤질세라 경쟁력 강화전략의 하나로 과감히 M&A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야심찬 유럽기업들은 세계최대 시장인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중 하나가 바로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의 미국 MCI인수였다. BT사가 MCI를 인수합병한 이유중 하나는 바로 미국 장거리통신시장의 잠재력이었다. 독일기업들은 생명공학분야에 뛰어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미국업체들 사냥에 나섰다. 또 식료품업체 메트로사는 백화점업체인 카우프호프 그룹과 합병, 월마트에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업종 국가 등에 관계없이 M&A열풍이 일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기업합병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인수를 당하는 기업들도 합병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홀로서기"보다는 과감히 큰 회사와 합병해 경영합리화를 도모하겠다는 실리를 택하고 있다. 기업들은 또 전문성 강화차원에서 비주력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대신 주력업종은 과감히 사들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주력업종인 자동차 사업에 전력하기 위해 계열사인 컴퓨터서비스업체인 EDS를 분할매각했다. 독일의 세계적인 화학회사 바스프가 카세트테이프 사업에서 손을 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모건 그렌펠의 투자분석가인 마르쿠스 라우츠씨는 "기술의 발전속도가 빠르고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급격히 짧아지고 있는 지금과 같은 경영환경에서 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기업을 매수하는 것이다. 십중팔구 기업인수를 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