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G7 선언' 이후 일본 대장성 경제운영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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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즈카 히로시 일본 대장상의 소위 ''수출주도 성장정책 포기 선언''을 계기로 일본의 경제운용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쓰즈카 대장상은 베를린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중앙은행장 연석회의에서 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에게 "경제회복을 수출에 의존하지 않겠으며 내수주도형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미쓰즈카 대장상의 이같은 ''공약''을 국제사회는 일본정부가 더이상 무역흑자를 늘리지 않고 대대적인 내수확대정책을 취할 것임을 선언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인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판단은 대단히 성급한 것이다. 대장상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적인 조치는 아무 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일본정부는 수출을 조절할 능력이 없다. 수출은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하는 것이지 정부가 간섭할 수있는 것이 아니다. 설사 정부가 수출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다 하더라도 장기간의 경기침체로고생해온 기업들이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내수측면도 마찬가지다. 내수를 확대하려면 재정자금을 투입해 공공투자를 늘려야 하지만 일본정부는 현재 재정적자를 어떻게 축소할 것이냐의 문제로 시름을 앓고 있어 공공투자를 늘릴 처지가 아니다. 지난해말 현재 일본정부의 국채발행잔고는 2백41조엔에 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선진국중에서도 최고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68조엔이 최근 5년간에 집중적으로 늘어나 "씀씀이가 헤프다"는 비난이 고조돼 있다. 금융정책도 제한받고 있다. 현재 일본의 금리수준은 재할인율이 0.5%에 불과한 등 사상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금리를 내려 내수를 자극할 여지가 없다.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의 G7회의에서도 일본에 내수확대를 위한 새로운 경기대책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이 그런 상황에 있지 않음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일본정부가 할 수있는 것은 현재 추진중인 규제완화등 경제구조개혁을 통해 경기진작및 시장개방효과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것 뿐인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말치레 공약''이 나온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이번 회담의 성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회담에서 일본정부가 원했던 것은 최근의 급격한 엔저현상을 저지시키는 것이었다. 엔저는 일본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활성화시켜 주는 메리트가 있지만 수입물가를 상승시키는등의 역효과로 경기의 발목을 붙잡을 가능성이있기 때문이다. 엔저는 주식시장의 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킬 우려도 있다. 일부수출기업들의 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환차손등을 우려한 투자자금의 해외이전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한해만 해도 일본자금의 미국증권 순매입액은 5조3천억엔이상으로 전년대비 3.3배에 달했다. 간추리자면 그의 ''말치레 공약''은 미국등 다른 G7국가들로부터 "더이상의 엔저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은혜 를 입은데 대한 답례의 성격으로 이뤄진 것이다. 최근의 엔저로 일본기업들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며 미정부에 반발해온 미국산업계를 무마하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이번 ''공약''은 단순한 말치레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있다. 엔저를 계기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수출이 무역흑자확대로 연결되면 미국이 "약속을 위반했다"며 일본을 몰아부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일본은 엔저저지를 위한 협력을 얻는 댓가로 또다른 통상압력의 ''구실''을 미국에 제공했다는 이야기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