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일자) 이런 때 북한동향 주시를

신문의 지면, 방송 채널이 부쩍 늘었다 해도 무슨 사건이 터졌다 하면 그 주제 한가지로 온통 도배를 해 세상엔 마치 그일 외엔 아예 화제도 안될 정도의 착각현상이 인다. 여기서 우려되는 것은 노동법 파동, 한보사태로 하늘을 덮은 사이 국민 정부 모두가 소홀히 하는 주제는 없을까 하는 점이다. 초점에서 벗어난듯 안타까운 것은 경제악화가 그 첫째지만 북한의 동향 역시 너무 밖으로 처져 있는 느낌이다. 한보사건의 중요성을 저평가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뿌리를 캐야 재발방지가 되지, 다른 일 터지면 이내 잊는 과오를 반복하고서는 하나라꼴이 안됨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난 9월 잠수함 사건 발발후 온통 6.25악몽을 꾸는듯 절박했다. 그러나 그뒤 북한의 무엇이 달라졌다고 만심하는가. 사과같지 않은 사과에 4자회담 설명회 참석을 약속했다가 이내 식량 핑계로 표변했다. 식량재고가 단 18일분이란 엄살을 떨면서 오는 16일의 김정일 생일잔치 준비엔 부산을 떤다. 그 뿐인가. 대만의 핵폐기물을 수천드럼 돈받고 들여다 멀지 않은 황해도 평산 폐광에 묻는 계획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버틴다. 이런 북한이라고 얕볼수 만은 없다. 국민총생산(GNP) 비율이 20대1 격차라도 그 하나를 가지고 만심한다면 잘못이다. 중-러와의 관계개선 모색,대만-일-미 등의 원조등 저들이 평화적 재활책을 찾는다면 오히려 다행이라 봐야 한다. 그것도 저것도 길이 막혀 소위 북한의 연착륙이 무산된다고 할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있을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주체는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이다. 더욱 민생의 희생으로 오래 비축해온 저들의 대량살상 파괴수단은 가공하리라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노동법-한보 사태속에서도 KEDO 참여를 통한 대북 접촉은 다시 궤도에 올라 오는 22일 조사단의 7차 신포리 방문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적극성에 힘입었다고 봐야 솔직하다. 요컨대 북한문제에 있어서는 미국 일본이 아니라 한국정부의 능동성이 중요한 것이다. 식량문제도 그렇다. 가장 기초적인 북한의 작년 작황 식량재고에 여러 기관분석엔 차가 크다. 올 부족량만 볼 때도 유엔기구는 3백20만t, 북한측 발표 5백34만t에 통일원 추정은 3백8만t이다. 이런 혼미속에 정부가 유엔의 권유에 피동적으로만 따르기 보다는 주도적 판단으로 유엔및 각국의 대북한 식량원조문제에서 키를 잡아야 옳다. 비록 북한이 못된 짓을 일삼는 나라(roguenation)로 인식돼 있지만 식량문제에 한해 한국의 입장이 피동적이어서는 공감이 적을 것이다. 나라안이 이럴수록 다급하고 엉뚱한 북한 권부의 오판 가능성은 증가한다. 통일원 안기부 국방부 등 모든 기관이 정치 돌아가는데 일희일비하지 말고 맡은 일들을 평소 챙겨주기 당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