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뉴리더] 이경형 <롯데백화점 디스플레이팀장>

롯데백화점의 이경형 디스플레이팀장(38). 직급은 과장이지만 그에게 주어진 권한은 부장이나 이사 못지 않다. 백화점내 상품배치를 하루아침에 빠꿔 놓을 수 있을 정도로 그의 권한은 막강하다. 디스플레이팀장이라는 직함에서 알 수있듯 그의 업무는 롯데백화점의 시각적 이미지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것. 롯데백화점의 "얼굴"을 그리는 화가라고나 할까. 매장주변 환경조성에서부터 쇼윈도의 상품진열, 마네킹 배치 등에 이르기까지 백화점을 꾸미는 일은 모두 그의 지휘 아래 이루어진다. 지금은 디스플레이가 백화점 매출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로 인식되고 있지만불과 3~4년전만해도 국내에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 처음에는 마네킹 머리 다듬는게 고작이었다는 것. 하지만 그는 멀지 않아 디스플레이가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란 확신으로 차곡차곡 노하우를 축적했다. 의류매장 하나를 연출하더라도 세계의 패션흐름은 물론 국내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등을 철저히 분석해야한다. 세상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디스플레이는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뿐이라고 이팀장은 강조한다. 디스플레이는 거의가 밤에 이루어진다. 특성상 매장문을 닫은 뒤에 할 수밖에 없다. 이팀장은 밤샘작업을 밥먹듯 하다보니 개인생활은 엉망이나 백화점의 매출이 자신의 손끝에 달려 있다는 생각에 힘든 것도 잊는다고 한다. 그는 틈틈이 만든 작품을 모아 이달말께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상업예술에 밀려 자칫 메말라지기 쉬운 순수예술에 대한 열정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디스플레이는 상업성과 작품성이 조화를 이루는 예술"이라며 "디스플레이가상업시설은 물론 공원과 같은 생활공간으로 일반화될 때 우리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