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미 경제호황 비결은 "글로벌경영"

미 경기 확대국면의 끝은 어딘가. 미국경제는 견실한 성장률과 낮은 실업률, 그리고 낮은 인플레이션등으로 "쾌속항진"을 하고 있다. 91년 3월 이후 지속된 성장세가 좀처럼 꺽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최근 향후 5년간 미국경제는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없다고 자신했다. 미경제가 호황과 불황의 반복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비켜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불황을 모르는 미경제 지속성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유는 물론 미국기업의 경쟁력에서 찾아진다. 인터넷 보급등 정보통신산업의 발전과 통신 금융분야의 규제완화등이 신규 수요를 창출했던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해답은 해외에서 활력을 찾고 있는 기업들에서 찾아진다. 미국기업이 해외시장을 엄청난 수익원천으로 활용하면서 미경기의 확대국면을 이끌어 간다는 점이다. 현지거점에서의 생산과 판매,세계 각지에서 저렴한 부품조달이라는 글로벌아웃소싱 등이 그것이다. 국내총생산(GDP)대비 수출성장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의 간판기업인 인텔사는 지난해 수출을 포함해 해외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60%를 달성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현재 40%인 해외매출 비중을 오는 2000년까지 절반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나아가 전세계에서 값싼 부품을 조달할수 있는 글로벌소싱 체제구축에도 나설 예정이다. 특히 미달러화의 강세는 미국기업들의 글로벌아웃소싱에 한층 힘을 더해주고 있다. 미국 기업이 지난해 해외에서 벌어들여 본국으로 보낸 이익만 1천2백억달러. 지난 4년동안 무려 80%나 증가한 수치다. 이것은 기업전체의 이익을 향상시켜 주가상승을 지지하는 동시에 국내설비투자의 원천이 된다. 나아가 고용확대및 소비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텔의 경우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보다 50%늘릴 계획인데 대부분은 국내투자에 집중할 방침이다. 경기확장의 양대주축인 기업투자설비와 민간소비지출이 해외에서 영양분을 공급받고 있는 셈이다. 국내산업의 부진을 해외부문에서 만회하고, 유럽시장에서의 적자를 아시아에서 커버하는 식이다. 이른바 "생산.판매거점 포토폴리오 전략"의 효과이다.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는 전통적인 경기사이클은 이제 미국경제에서 찾아볼수 없다는 난관론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수출성장도 미국경기의 견인차다. 지난해 4.4분기에 성장(4.7%)의 절반이 수출증대에 힙입은 것인데 수출이 미국경제에서 점하는 비율이 12%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난해 말 수출이 얼마나 크게 늘었는지 잘 설명한다. 예컨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컴퓨터및 의료기구 수출의 경우 달러강세라는 악조건하에서도 지난해 1~11월사이 전년동기대비 13%나 증가했다. 한편 미국경제를 염려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의 부실증가에 따라 은행등이 대출심사를 엄격히 하고 있어 중.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점을 들수 있다. "고용수급의 불안에 따른 임금인상과 주가상승으로 인한 자산가치가 상승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다"(JP모건의 선임분석가 필라운씨)는 것도 걱정거리다. 부동산가격이 뉴욕등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꿈틀거리고 있는 것도 위험요소다. 산업구조가 자동차 철강등 기간산업에서 정보통신등에 지나치게 편중돼가고 있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당분간은 달러고로 인해 물가상승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자산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버블이라는 위험한 구도로 빠지지 않을까하는 염려도 있다. 그렇지만 연평균 15%성장률을 자랑하는 난공불락의 정보통신산업을 비롯해 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되살아나고 있어 이같은 우려는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세계경제가 대체적으로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미기업의 해외거점들은 순풍에 돛을 단 미국호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