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자) 증권산업의 빅뱅 예고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증권거래법시행령및 시행규칙개정안은 증권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돼 좀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개정안은 증권사의 신규진입확대를 통한 경쟁촉진등을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증권사의 설립 최저자본금을 업무종류에 따라 차등화시켜 종합증권업은 5백억원, 위탁매매와 자기매매를 할수있는 일반증권사는 3백억원, 위탁매매만 취급하는 전문증권사는 1백억원으로 정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업무구분없이 5백억원이상으로 적용해왔다. 이는 대외개방을 앞두고 신규진입확대를 통한 국내증권사들의 경쟁력배양을겨냥한 것으로 당연한 방향이다. 특히 업무종류에 따라 차등을 둔것은 증권사들의 전문화를 유도,증권산업개편의 기초를 마련한것으로 보아 매우 바람직한 개정방향이다. 그러나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취약한 증권사 수익구조를 그대로 두고 경쟁을 강화시키면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으리라는 점에서다. 우리 증권사들은 현재 수입의 70%이상이 매매수수료에 의존하고 있어 수수료경쟁이 일어날 경우 외국사등에 비해 밀릴 수밖에 없고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실효성있는 경쟁을 유도하려면 그 여건부터 정비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물론 이번 시행령개정에서 기업컨설팅이나 복권.입장권판매등 부수업무의 범위를 확대해준것이 이같은 수익구조개선의 차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효과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상품개발을 통해 수익기반을 마련토록 하거나 자산운용 수익등을 확보할수있는 여건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이는 증권사만의 문제라고 볼수는 없다. 금융권전체에 적용되는 원칙일뿐아니라 금융권상호간의 형평, 즉 업무영역개방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의 문제이다. 때문에 현재 추진중인 금융개혁안마련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균형있게 다뤄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완화가 급선무다. 투자자보호와 관련이 없는 업무분야에서의 모든 규제는 완전히 철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점에서 이번에 제시한 증권사 최조자본금규모도 적정한것인지,부가된 여러가지 조건들은 타당한것인지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증권산업개편은 그 자체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발행, 유통시장의 제도개선은 물론 성장기업관리등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오는 18일의 금융산업발전심의회를 거쳐 최종확정,4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실 영국의 빅뱅은 증권거래수수료의 자율화등 증권산업개편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증권거래법 시행령개정안이 한국판 빅뱅의 서막이라 느껴지기 때문에 의견수렴과정에서 수익기반개선등에 대한 확실한 제시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