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담화-당정개편' 수순밟을듯..청와대 시국수습책 가닥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 망명및 이한영씨 피격사건으로 정국의 흐름이 "한보 정국"에서 "안보 정국"으로 전환, 급박하게 돌아가던 정치권은 한 템포숨을 돌리고 있다. 검찰이 19일 한보사태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 사실상 수사를 종결하는것도 "한보정국"의 마무리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같은 정국흐름에 맞춰 "한보 정국"을 마무리하기 위한 본격적인시국수습책 마련에 착수, 조만간 그 결과를 가시화할 방침이다. 우선 검토하고 있는 시국수습책은 김영삼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김대통령은 오는 25일 취임 4주년에 즈음한 대국민시국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대통령은 예년의 경우 취임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운영방향및 현안 등에 관해 의견을 밝히고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졌으나 올해는 기자회견 대신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로 했다. "한보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현상 등을 고려할때 국민담화는 김대통령의 "진솔한 마음"을 그대로 반영할 것이라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취임 4주년을 맞아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점을 감안, 지난 4년간의 공적보다는 한보사태에 대한 사과, 국정운영의 어려움과 대통령으로서의 고민 등을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들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황비서 망명및 이씨 피격사건 등을 계기로 북한의 실상과 한반도 정세등과 관련, 정부의 입장과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담화에서는 또 연두기자회견에서 밝힌대로 경제살리기와 안보강화,부정부패척결 등을 국정운영의 최우선과제로 삼겠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이를 위해 국력을 결집하자고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이와함께 현재의 여권체제로는 난마와 같이 얽힌 현 정국을 풀어나가기 어렵다고 보고 여권의 차기대권구도를 포함, 향후 정치일정을 단계별로 가시화하는 내용의 획기적인 시국수습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권 핵심당국자는 18일 "김대통령은 정국타개를 위해 당정개편을 넘어선 큰 구도를 구상하고 있는 것같다"며 "이에는 난립중인 대선후보의 압축방안및 전당대회 시기결정 등이 포함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권구도와 관련한 시국수습책이 대국민담화에 포함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포함되지 않을 경우 확대 청와대 당정회의를 통해 제시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불투명한 여권 대권구도및 정치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가시화하는 것이 한보사태에서 나타난 여권 분열을 막고 집권 마지막해의 정국운영 주도권을 확보할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들은 이같은 시국수습책에 차기 대선후보 결정을 위한 민주적 자유경선 보장및 전당대회 일정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시국에 대한 시국수습책의 다음 수순은 대폭적인 당정개편이다. 김대통령은 빠르면 이달말께 늦으면 3월 5일 인천 서구, 수원 장안지역 보궐선거가 끝난후에 전면적인 당정개편을 단행, 여권진용을 새롭게 재편함으로써 국정의 면모를 일신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당정개편의 시기는 현재의 정국흐름이 한 템포 늦춰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보선이후가 더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달말께 이수성 총리를 포함한 내각과 김광일 실장 등 청와대 수석참모진을 먼저 개편하고 보선이 끝난뒤 이홍구 대표를 비롯한 신한국당 지도부를 재편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