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초대석] 아나톨 우고르스키 <피아니스트>..구소련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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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의 나이에 서방으로 망명, 뒤늦게 이름이 알려진 구소련 출신 피아니스트 아나톨 우고르스키(55)가 18일 예술의전당에서 첫 내한연주회를 가졌다. 심한 매부리코와 코믹한 헤어스타일로 친근한 인상을 풍기는 그는 다른 피아니스트와 뚜렷히 구분되는 개성 넘친 연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그는 "음악은 시계나 메트로놈과는 다른 시간감각을 갖고 있다"면서 "연주자의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감흥에 맞춰 연주할때 청중들은 "빠르다"혹은 "느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연주관을 피력했다. "그렇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는 처음 봤다"는 주변의 반응에 대해 그는 "남들보다 "판타지"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소련 카자흐스탄공화국 태생인 그는 60년대 후반 당시 소련의 사회주의예술론에서 수용하지 않았던 현대음악 작곡가인 메시앙의 작품을 연주,파괴분자란 낙인이 찍혀 오랜 기간 연주활동을 금지당하다 90년 동독으로 망명했다. 망명후 그의 독특한 연주는 화제를 몰고 왔고, 그는 곧 바로 메이저음반사인 도이체그라모폰의 전속 연주자로 발탁됐다. 망명후 연주에 대한 금기가 풀렸기 때문에 레퍼토리가 좀 더 다양해졌다는그는 대곡으로만 80곡 정도의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크리아빈과 메시앙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두 작곡가가 스타일은 다르지만 신비주의 색채를 가졌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고 소개했다. 이날 독주회에서 그는 바흐의 샤콘느 (브람스 편곡), 모차르트의 판타지 d단조, 모차르트의 론도 d단조, 베토벤의 소나타 "열정",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스크리아빈의 2번 소나타 "환상"과 소나타 4번 등 독주회치고는 다소 많은 7곡을 연주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