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부도 파문] '미완의 종결' .. 검찰 중간수사 발표

검찰의 19일 한보사건 수사결과 발표는 지난달 27일 수사착수이후 24일동안 언론에 보도됐던 결과물들을 짜깁기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검찰은 정태수 총회장이 총 5조5백59억원에 달하는 당진제철소 시설자금 대출액중 2천1백36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고 밝혔다. 이중 금융계 및 정관계 로비자금의 경우 이철수 전제일은행장과 신한국당 홍인길 의원의 수뢰액수가 각각 7억원과 2억원이 추가되는 등 당초 23억5천만원에서 32억5천만원으로 늘긴 했다. 그러나 5조원이 넘는 돈을 특혜대출 받는데 이 정도의 돈을 뇌물로 동원했다는 해명을 곧이 곧대로 받아 들일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의심스럽다. 게다가 검찰은 정총회장으로부터 단순히 정치자금조로 돈을 받은 정치인의 명단은 물론 정치권으로 유입된 돈의 총액조차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더하게 한다. 다만 정총회장의 비자금 사용내역중 "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돈으로 2백50억원이 있다"는 표현으로 얼버무렸다. 최병국 중수부장은 이에대해 "수사가 전적으로 정총회장의 진술에 의존하는 바람에 이 정도밖에 밝히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검찰주변의 한 관계자는 "당초 40~50명으로 알려진 "정태수리스트"를 감안할 때 이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구체적인 이름을 공개하는 것이 곤란하다면 총 몇명인지, 액수는 얼마나 됐는지 정도는 의혹해소차원에서 밝혀야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유야무야 넘어간 대목은 이외에도 많다. 특히 당진제철소의 인허가와 관련된 관계수사에 대한 설명은 "아마츄어"수준에도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문에서 "박재윤 전통상산업부, 한이헌 전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이석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윤진식 대통령경제비서관 등을 상대로 한보철강의 인.허가 및 자금지원과 관련해 압력을 행사하거나 특혜를 준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였음"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한보 특혜대출이 급증한 94~95년사이의 대출외압의 실체에 대한 규명도미진하다. 검찰도 이를 의식했는지 홍의원이 청와대총무수석 재직시인 95년 1월 산업.제일.외환은행 등의 대출과 관련해 2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추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 이루어진 6천5백억원의 은행대출이 "단돈 2억원"으로 가능했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따라서 검찰의 홍의원에 대한 혐의 추가는 "구색 갖추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최대 관심사인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에 대한 조사가 수사발표 이후로 미뤄져 검찰은 이래저래 스타일을 구기게 됐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사건이 발생 4년후에야 전말이 드러났던 수서사건의 재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