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민간경제단체의 신기능..표상기 <상지상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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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금 심각한 위기국면에 처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안보 등 모든 분야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경제적 위기감에서 오는 국민 불안은 가히 위기적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적자와 경상수지적자, 그리고 최대의 외채규모를 시현했던 각종 경제지표들은 올해에도 최대-최고 행진을 계속,1월중 무역수지 적자폭이 무려 35억달러에 이르는가 하면 설상가상으로한보사태라는 엄청난 금융사고가 발생함으로써 국가신용도마저 연일 추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쯤에서는 이제 굳이 정치인들의 이전투구나 공직사회의 부패, 노사간의 반목과 질시를 따지고 논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경제를 회생시키고 봐야 한다. 국정의 최고책임자로부터 국민 한사람에 이르기까지 비장한 각오로 지혜와 힘을 모으지 않으면 세계속의 선진산업사회 건설은 우리에게 영영 화중지병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의 경제난국은 예측된 사태였는지도 모른다. 이미 2년전에 WTO가 출범하면서 세계시장은 무한경쟁체제로 재편되었다. 더군다나 지난해 우리나라는 OECD에 가입함으로써 자율경쟁을 기본축으로 하는 세계시장의 큰 흐름을 이끌어가야할 위치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동안 여기에 상응한 대비, 즉 경제제도의 선진화나 경쟁력있는 산업육성,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는 국내 산업구조의 전반적 개편등 실질적인 준비를 하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지금처럼 선진국에는 기술이나 품질에서 뒤지고 경쟁국이나 후발 개도국에는 가격에서 밀리는 연약한 경쟁력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 또한 자율경쟁체제에서는 정부의 규제나 간섭도 있어서는 안되지만 지원 또한 기대할수 없다. 따라서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바꿔 말하면 과거 획일적이던 관주도형 경제환경이 민간자율의 무한경쟁체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통제와 지원에 익숙해 있던 우리기업들은 사실상 스스로의 경쟁력확보에 한계점을 안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 민간경제단체의 역할이다. 민간경제단체는 개별기업이 안고 있는 다양한 요구들을 수용, 가장 효과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관련기업들의 구심체로서 누구보다도 그들의 아픈 곳과 가려운 곳을 잘 알고 있으며 경쟁력 강화와 직간접 관련이 있는 최신 정보들을 획득하기가 쉬울 뿐만 아니라 이러한 지원은 세계 각국과의 통상마찰 시비도 피할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 강화를 촉진하기 위한 민간경제단체의 역할제고 방안은 여러 측면에서 모색해 볼수 있다. 몇가지 구체적 방안을 예로 들면 우선 업계의 정보화를 선도하는 일이다. 다가올 21세기는 정보통신시대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정보통신시장의 우위 선점여부가 기업이나 국가의 앞날을 결정짓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들은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인터넷과 PC통신을통한 정보의 홍수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내가 꼭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적시에 획득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인력이나 조직에 한계가 있는 영세한 업체일수록 정보획득이 힘들게 마련이다. 이런점에 비춰볼때 특정경제단체를 중심으로한 회원업체의 완벽한 정보망 구축은 업계만이 독자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독특한 고급정보내지 다양한 주변정보를 신속히 서비스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이나 업무비용절감은 물론 궁극적인 경쟁력강화의 최우선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음은 고급전문인력의 원활한 공급-확보를 보장해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사실 사상최대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는 요즘이지만 정작 기업은 전문지식을 갖춘 필요인력을 적시에 제대로 구하기가 힘든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이 역시 중소기업일수록 더욱 심각한 선결과제다. 어떤 조직이건 사람이야말로 가장 값진 자산이라는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이를 위해 민간경제단체가 주축이 되어 연수원 또는 인력수급은행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면 업계의 생산성 제고에 대단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차피 정부의 통제 지원기능이 약화된 마당에 단체를 중심으로 민간역량을 강력히 결집시켜 순수한 민간통상외교력을 강화해나가는 일이다. 민간통상외교의 강화는 여타 국가들과의 통상마찰을 효과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을 뿐만아니라 나아가 거래 상대국에 대해 기술적인 통상압력을 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점 외에도 OECD국으로서 성숙된 국민수준을 과시하는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실효성있는 정책개발이나 서비스 및 지원사업의 적극적인 전개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기능을 다방면으로 창출해 나갈수 있다. 국내에도 일부협회는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에 공헌해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위임업무에 더 많은 기능을 할애했던 그동안의 협회역할은 세계화 시대를 맞아 이제 신기능을 창출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바로 회원업체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데 그 기능의 초점을 맞추어야 함은 물론 창조 협력 도약의 협회상을 새롭게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어쨌든 최근 상황으로 볼때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민간경제단체의 신기능창출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제고에 직결함으로써 난국에 빠진 현재의 국가 경제 회생에 획기적 계기가 될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