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 사망] 당분간 집단지도체제 유력 .. 권력구도 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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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소평사망에 따른 최대의 관심사는 냉혹무정한 정치권력의 향배다. 중국 권부는 등소평의 후계문제를 둘러싸고 수면에 드러나지 않는 격렬한 내부 권력투쟁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등은 지난 2년간 대외적으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실질적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그동안 권력 핵심부의 내부세력 간 갈등이 표면으로 솟아오르지 못하도록 막아온 안정판 역할을 했다. 급속한 경제개혁을 추진해오면서 사회 각부문에 걸쳐 불안정과 취약점이 노출되기 시작한 중국의 현 상황으로 볼 때 등의 부재로 인한 권력핵심층의내부투쟁은 즉각 정치,사회적 혼란기로의 이행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등이후 중국 지도권력 향배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부동의권력기반을 겸비한 확실한 후계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같은 상황으로 볼 때 당분간은 중국공산주의 전통에 따라 집단지도체제가등이후의 중국을 잠정 이끌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도단계의 집단 지도체제는 국가주석, 당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 3개 핵심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며 외견상으로도 등의 후계자격인 강택민국가주석(70)이 이끌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권력투쟁이 노골화되면서 전면적으로 전개될 경우 강은 자신의 자리를 지켜낼만한 개인적 능력과 권력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그저 과도적 지도자 이상의 역할을 해내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들어 강이 국가 원로지도자의 역할과 이미지를 강화하고 군부와의 관계도 상당히 굳혀 놓고 있지만 아직도 국가정책 최고결정권자의 위치에까지 오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강과 함께 권력투쟁의 최전선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들은 경제부문에서 급속부상한 이붕총리(66)와 주용기 부총리(66)가 있다. 이붕은 당내 보수파 원로세력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89년 천안문사태와 깊숙히 관련되어 있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주용기는 당내에서 떠오르는 별로 평가되고 있지만 세력기반이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또 하나의 강력한 도전자는 정보.안보계통에서 성장, 현재 전인대상무위원장인 교석(73)을 꼽을 수 있다. 그는 당내 보수,개혁 양쪽 세력으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실권없는 권력대리인이라는 이미지를 털어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문제는 등이후 후계권력의 모습이 어떻게 되든 중국이 전례없는 경제,사회적 격변기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권력이행이 동시에 진행될 수 밖에 없어 정치적 불안정이 고조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외견상 평화속에서 단합과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를뒷바쳐온 등이라는 존재가 사라진 지금은 그동안 억눌려온 사회, 경제적 부작용과 문제점들이 수면위로 급속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대체적인 전망은 일단 6개월에서 1년간의 애도기간 중에는 현존 당 지도부의 단합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면서 내부 권력투쟁은 수면하에서 시동상태에 들어가는 1단계를 맞게될 것이라는 데 일치하고 있다. 이어 개인간, 세력간 권력투쟁이 점차 노골화될 것으로 보인다. 총의에 의한 집단지도체제는 현실정치에서는 이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과거 새로운 정치권력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해온 인민해방군의 향후 거취. 그러나 중국 군부는 과거와는 달리 스스로가 권력투쟁으로 인한 심각한 위협아래 놓이지 않는한 이에 말려들어가기를 꺼릴 것으로 보인다. 등의 죽음과 동시에 권력투쟁은 시작됐다. 중국 수천년의 역사상 정권탈취게임이 그친 적이 없다. 등사후의 권력투쟁도 그 연장선상에서 계속되는 것이다. 다만 워낙 큰 "거목"이 정치무대에서 사라진 뒤여서 무수한 인물과 정치세력이 권력탈취투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 북경=김영근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