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싶었습니다] 스티븐 마빈 <쌍용투자증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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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책이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해말 과천 관가를 들끊게 했던 ''한국경제는 아직 맥박이 뛰지 않는다(Still No Pulse)''는 ''문제'' 보고서의 골자다. 스티븐 E 마빈 쌍용투자증권 조사담당이사(42). 막강한 재정경제원에 ''돌''을 던진 주인공이다. ''불행''하게도 그의 예측은 적중했다. 한국경제애 대한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던 지난해초 급격한 침체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정확히 내다본 것이다. 그의 이런 저력은 독특한 그의 경력에서 나오는 듯하다. 유창한 영어/일어실력에 한국어 독해능력도 갖춰 3개국에서 나오는 정보를두루 섭렵한다. 미국에서 공부하고(스탠퍼드대 아시아과) 일본에서 일을 배운 뒤(통산부/금융관련 컨설팅) 한국에 상륙해 남과 다른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 최고연봉''이 과분하지 않은 것도 그의 이런 배경에 바탕을 두고있다. 한국경제와 증시는 지루한 침체국면을 언제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가 하는화두를 갖고 있다. 아직은 환율 국제수지적자 금리 등 여건이 힘겨운 상황이다. 마빈 이사를 만나 한국경제와 증시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들어봤다.=======================================================================[ 만난 사람 = 김남국 ] -사무실 안이 항상 이렇게 어지럽습니까. (그의 사무실 책상과 바닥에는 각종 신문과 자료들이 널려 있었다) "그렇습니다. 사실 거의 서류를 정리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분석을 위해 어떤 자료들을 주로 활용합니까.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국내 주요 일간지와 일본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등 신문, 정기적으로 발간되는 통계청 자료등을 토대로 분석합니다" -증권가에서 최고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때 1백만불(약 8억5천만원)의 사나이라고도 불려졌는데요. "사람들 사이에 알려진 것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제 연봉은 1백만달러가 아닙니다. 구체적인 액수를 말씀드리기는 곤란합니다" -한국경제를 분석하고 예측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정부정책에 대한 예측입니다. 현실적으로 정부는 한국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경제자체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지만 정부정책의 흐름과 향방을 놓치지 않는것이 더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증시부양책이 나와도 주가는 떨어지는등 정부 영향력도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옛날방식은 점점 통하지 않게 되는게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증시는 언제쯤 회복될까요. "만약 엔.달러환율이 하향안정되고 국내기업의 설비투자가 줄어든다면 경기는 3.4분기에 바닥을 확인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주가는 이보다 앞서 상반기중 오름세를 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는 주가가 대세상승기를 맞았던 92년과 매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열쇠는 엔화안정과 설비투자감소입니다" -엔화가 안정되고 설비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습니까. "설비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봅니다. 이미 그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엔.달러환율이 얼마까지 상승할 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얼마전 홍콩과 싱가포르등에서 외환전문가를 만났는데 그들은 현재 달러당1백20엔대인 엔.달러환율이 1백40~1백50엔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물론 소수의견이지만 그들의 논리는 매우 정연했습니다. 만약 그들이 맞다면 한국경제나 증시는 침체국면을 지속할 것입니다. 현재 "엔화값 알아맞추기(Bet on the Yen)"란 보고서를 준비중입니다. 엔화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게 주요 내용입니다. 엔화환율이 안정된다면 한국경제의 회복가능성은 매우 높아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엔.달러환율이 계속 오르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까요. "엔화가 계속 절하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될 것입니다. 언젠가는 다시 엔화가 일정수준으로 회복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한국경제는 회복됩니다. 그러나 엔화가 약세인 동안에는 경제가 무척 어려워질 것입니다. 수입가격은 상승하지만 수입물량의 감소는 뒤따르지 않아 무역수지 적자가커지는 J커브효과나 물가상승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대해 낙관하고 있지만 엔화환율변동에 따라 중기적으로는 상당히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반투자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까. "외국기관들은 현재 한국증시를 바닥권으로 인식하고 있어 외국인한도가 확대되면 많은 외국자금이 유입될 것입니다. 이 자금들은 블루칩등 경기관련 대형 우량주로 몰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외국인들은 부채비율이 낮은 우량주에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들 종목에 대한 투자가 가장 안정성을 보장해줄 것입니다. 다만 돈이 들어온 뒤에는 환율이나 국제수지등 경제의 기본변수들에 따라 영향받게 됩니다. 지난해 4월과 10월에 걸쳐 두차례 외국인한도 확대조치가 있었습니다만 4월의 경우 한달여 상승세를 타다가 하락한 반면 10월에는 곧바로 주가가 떨어졌지요. 올해 한도확대는 지난해 4월처럼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자금이 유입돼 상승한 후 근본적인 경제변수에 영향받게 된다는 것이지요" -금융계의 빅뱅(Big Bang)이 한국에서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빅뱅을 통해 한국금융기관들이 경쟁력을 갖추게 될까요. "사실 의심스럽습니다. 불행하게도 한국 금융기관들은 공개.경쟁체제를 맞이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에 금융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가 하반기에는 돌연 강화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빅뱅이 아니라 리틀뱅(Little Bang)도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빅뱅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올해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보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한보와 관련해서 사람들은 은행 정부 기업간의 유착관계에 대해 분노하고있지만 저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익보다 비용이 많이들면 과감하게 투자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한국기업들은 투자에 대한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한보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앞으로는 외형보다는 자산운영의 효율성을 더 고려해야 합니다" -지난해 한국경제를 비관적으로 예측한 "아직도 맥박은 뛰지 않는다(Still No Pulse)"란 보고서 때문에 정부가 불쾌감을 표시하는 등 마찰이 있었다는데요. "물론 정부가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막아서는 안되겠지요. 그러나 만약 싱가포르에서 이런 종류의 보고서를 냈다면 저는 감옥에 갔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은 이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셈이지요"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