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계법] 여야 노동법 재개정 협상 어떻게 되나

지난해 변칙처리된 노동관계법의 시행일(3월1일)이 임박함에 따라 여야간 단일안 절충작업이 급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변칙처리안에 연연해하고 있는 일부 여권내 "비토" 세력과 사용자측의 제동도 만만찮아 단일안 절충작업이 다시 "재개정이냐" "재심의이냐"의 명분싸움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야 단일안협상은 지난 19,20일 국회공청회에 이어 지난 24일 국민회의와자민련이 공동안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시작됐다. 야당 단일안은 총 66개조항에 걸쳐 노사관계개혁위의 합의사항, 공익위원안,국제적기준, 공청회지적사항 등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그러나 신한국당은 야당안이 지나치게 노동계에 편향돼 있고 변칙처리안을전면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며 야당과의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했다. 신한국당의 이런 태도는 사용자측의 강한 반발과 이에 동조하는 당내세력,그리고 정부측의 강경기조를 의식한 것이다. 이에 답답해진 야당은 환경노동위 이긍규위원장(자민련)을 내세워 신한국당이상득 정책위의장등과의 핫라인을 가동해 쟁점압축을 통한 일괄타결쪽으로가닥을 잡았다. 여야는 27일 오전까지 계속된 막후절충에서 노동법 재처리를 위한 논의쟁점을 정리해고제 복수노조 노조전임자 임금문제 변형근로제무노동무임금등 5개항으로 압축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신한국당은 노동계및 사무직노동자의 관심사인 정리해고제를 전면 철회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하고 야당은 임금보전방안만 마련되면 변형근로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여야는 또 복수노조와 관련,최상급단체에 대해서는 즉각, 기업단위에는 5년뒤부터 허용하자는데 일치하는 등 이견을 상당부분 해소했다. 환경노동위 이강희의원(신한국당)은 "정리해고제는 판례에 따르기로 하고 노조전임자임금문제와 복수노조문제를 연계시켜 타결하며 무노동무임금은 이미 원칙으로 정립돼 있는 문제"라며 5대쟁점 절충을 의외로 쉽게 매듭지을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5대쟁점을 타결하더라도 야권이 제기한 나머지 조항의 처리문제와 최종합의안 마련이 지체될 경우 변칙처리안의 시행유보 여부문제는 또다른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27일 환경노동위법률심사소위에서 여당측은 5대쟁점외에는 변칙처리된 노동관계법의 다른 조항에는 손을 댈 수 없다고 버텼다. 김문수의원(신한국당)은 "지난해말 개정된 노동관계법을 전면 백지화하면 대파국이 올 것"이라며 "이번 노동관계법 개정은 "가지치기"정도에서 그쳐야한다"고 말했다. 시한내 처리도 회의적이다. 당정개편 등을 앞두고 여권내 책임질만한 사람들이 사의를 표명한 상태인데다 핵심쟁점외에도 논란이 예상되는 쟁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간을 끌며 노동관계법처리를 늦춰 변칙처리안의 합법성을 사후적으로 입증하려는 여권의 전략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결국 여야합의안 처리가 28일이후로 미뤄질 경우에는 변칙처리된 노동관계법을 합법화하려는 여당측과 원천무효화하려는 야당측의 입장이 전면에 다시 부상, 원만한 타결을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