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섬우화] (50) 제1부 : 압구정동 지글러 <50>

한시가 넘었을 때에야 쟈니 디스코텍안은 조금 열기가 갈아 앉았다. 술도 깨고 기운도 많이 빠졌는가 싶더니 음악이 서서히 슬로우로 바뀌면서 손님들의 정서를 낭만적이고도 센치한 기분으로 바꾸어 버린다. 이 디스코의 주인은 몇번이나 사업을 뒤집어 엎은 40대의 재벌집 아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부모들이 절대로 더 이상 사업자금을 안대어주게 되어 있었으므로 그 자신의 오랜 실패를 바탕으로 지금은 작은 디스코클럽으로서는 최고로 매상을 올리는 인기절정의 디스코업체였다. 주인은 김영신 사장을 잘 안다. 그것은 그녀가 디스코를 잘 출뿐 아니라 매상도 팍팍 올려주고 늘 멋있는 남자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한바탕 디스코텍 안을 휩쓸지만 매너하나는 최상급이고 멋쟁이여서 그 자신도 그녀와 춤을 청해 춘 일이 있을 정도로 친밀한 사이였다. 그런데 이주인 녀석은 최근에 호모 녀석에게 걸려들어 차츰 남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민달식이라는 명함을 주머니에 챙긴후 슬슬 김영신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리고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지영웅을 바라보면서 매너도 사쁜하고 매력있게 지영웅에게까지 정중하게 인사를 올린다. 그가 보기에도 지영웅은 아직 그런 종류의 미남자를 본적이 없다고 생각될 만큼 특이한 미남이었다. 나이도 아리송하고 그렇다고 지글러같이 천해보이지도 않고, 아니 오히려 신선하고 신비스럽기까지 한다. "참 이분은 민달식이라고 여기 사장님이시고 이쪽은 내 동생벌되는 지영웅 코치에요" "코치라니? 무슨 종류의 스포츠?" 민달식이 말을 높으면서 정답게 묻는다. "압구정동의 유명한 인도어골프의 미남 코치죠. 보시다시피 이렇게 경치좋은 골프선생님 만나보셨습니까?" 지영웅은 미남이라는 말을 하도 들어서 신물이 날 정도지만 김사장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특별히 기분이 좋다. "동생이라는 말씀은 그 구식으로 말해서 엑스 동생이라는 것이지요.엑스냐? 에스냐? 어느것이 진짜일 것 같애요?" "어느게 올바른 말이냐구요?" 김영신이가 진정 궁금해서 묻는다. "에스가 맞지요. 시스터 엔드 부러더라는 뜻이 아닙니까?" 지코치가 유식한 체를 한다. 어떤 상식에서는 따라가기가 힘들만큼 그는 주로 저질의 슬랭이나 농이나 주로 조어와 유행어를 많이 전문적으로 알고 있다. 그는 낮에는 골프코치요, 밤에는 야릇한 직업을 가진 밤의 왕자답게 쌍소리나 슬랭이나 유행어에는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