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프리카에 우뚝 선 코리아 .. 김동기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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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기 아프리카지역 선교문화조사연구단의 일원으로 케냐 가나 남아프리카및 짐바브웨를 다녀 올 기회가 있었다. 이 지역을 여행해본 경험이 전연 없는 필자로서는 김포공항 검역소에 가서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고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하는 등 그 지역의 풍토병 예방조치는 취했지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미묘한 심정으로 김포공항을 떠났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는 제주도 파라다이스 호텔을 지은 전낙원씨가 세운 "사파리 파크 호텔"이 있다. 이 호텔은 수만평의 대지에 아프리카와 유럽의 건축양식을 절충해서 지은 조경이 썩 잘된 초일류호텔로 많은 객실외에 헬스센터 수영장 옥외극장 대회의장 중소회의장 옥내외식당 카지노 쇼핑센터등 많은 부대시설을 갖춘 초특급호텔이다. 투숙객의 90%가 유럽각국에서 오는 백인들로서 케냐에 취항하고 있는 외국항공사의 승무원들과 외국 VIP들의 지정숙소이기도 한 이 호텔은 우리 여류작가 전숙희씨의 딸과 그 부군이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인이 아프리카에 투자한 기업으로서는 가장 성공한 케이스라는 얘기를 들었다.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는 "아프코"(AFKO)라는 한국인회사가 있다. 원양어업과 무역업을 하는 이 회사는 고 김복남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원양어선회사의 주재원으로 가나에 왔다가 사표를 내고 세운 회사인데 얼마전 불행하게도 별세하고 현재는 미망인 한영옥씨가 회장직을 맡아 운영을 하고 있다. 가나는 비록 1인당 국민소득이 4백30달러이고 인구가 1천8백만명에 불과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외교강국이다. 고김복남회장은 원양어업으로 번 돈의 상당부분을 가나를 위해 사용한 보기 드문 입지전적 한국인이었다. 가나정부가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여비를 못대면 정부를 대신해서 기꺼이 선수 임원들의 여비등 참가비용을 댔고 원시적인 원주민 부락 초등학교를 지어 기부하고 운영비를 대는가 하면 가나 최초로 미작연구소와 벼시험재배농장을 만들어 놓았다. 앞으로 가나인들의 주식용으로 쌀재배를 대대적으로 권장할 계획으로 세운 수십만평에 달하는 시험농장에는 3모작의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또 무역회사는 주로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을 수입해다 가나와 이웃 나라에 팔고 있었는데 연간 약1천5백만달러에 달하는 매출액을 올리고 있었다. 농림부장관을 지낸 오포리(Ofori)박사의 만찬 초대석상에서도 얘기가 나왔지만, AFKO(아프리카 코리아의 준말)회사의 고 김복남회장의 사업가로서의 탁월한 능력과 한국-가나 양국간의 친선 협력강화를 위해 이룩한 업적은 민간외교관으로서 엄청난 공헌을 한 위대한 한국인이었다. 코리아의 이미지를 가나에 깊이 심어 놓은 고 김복남회장과 현재의 한영숙회장께 경의를 표한다. 남아프리카에는 삼성 LG 대우 현대 등이 진출해 있는데 깜짝 놀란 것은 삼성전자가 글로컬라이제이션(세계화와 현지화의 합성어)전략의 일환으로 95년6월에 설립한 현지법인이 첫해에 4천1백만달러, 96년에 9천7백만달러의 매출실적을 올렸다는 사실이었다. 올해엔 1억4천5백만달러의 매출목표를 세워놓고 있었다. 현지법인의 사장은 남아프리카 가전시장의 베테랑 세일즈맨 출신으로 유능한 경영자였다. 더욱더 놀란 사실은 삼성에서 파견된 주재원은 불과 2명이고 현지인이 1백30명으로 모두 백인들이었다. 한국인 주재원은 구매 영업담당 부사장과 재무 총무담당이사 2명이 현지인사장등 1백30명의 백인들과 팀워크를 이루어 97년1월말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본의 소니 도시바 내셔널 히타치 등을 물리치고 컬러TV 팩시밀리기기및 VTR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올리고 있었다. 삼성의 현지법인 사장인 브라이언 케이프씨는 삼성의 성공비결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첫째 현지사정에 밝고 가전제품 판매경험이 많은 현지인중심의 조직과 권한의 대폭 위양등 성공적인 현지화전략, 둘째 우수한 삼성제품으로남아프리카 소비자들의 삼성브랜드 호감도가 71%에 달하고, 셋째 삼성 본사의 현지화전략에 상응하는 신속한 경영의사결정과 경영관리시스템등을 들수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의 질이 좋고 애프터서비스가 뛰어난 데다 신용이 높다는 사실이다. 지금 남아프리카에는 일본의 유명 가전회사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의 필립스, 독일의 지멘스,그룬디히,텔레푼겐등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가전회사들이 다 들어와 있다. 이런 여건속에서 진출한지 얼마 안되는 삼성이 단시일 내에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은 품질 애프터서비스 신용등 3위1체가 맞아떨어진 때문이다"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얘기들이다. 이번 여행중 CNN방송과 현지 언론 매체들은 노동법개정을 둘러싼 한국 근로자들의 시위-파업사태와 한보사건 등을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보고 해외에 나와있는 한국기업들은 이렇게 잘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왜 이런 일들로 귀중한 국력을 낭비하고 있는가 하는 아쉬움과 자책감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국내에서 잘해주어야 밖에 나와있는 한국기업들이 더 잘 할수 있습니다"라는 현지 주재원의 한마디가 아직도 귓전을 울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