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파업 겹쳐 "F학점" .. 1월중 산업활동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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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총파업이 우리경제를 할퀸 상처는 넓고도 깊었다. 지난달 생산 출하재고 평균가동률 소비 투자 실업률등 거의 모든 지표가 "수년내 사상 최악" 아니면 "전년대비 급락" 수준을 면하지 못했다. 죄다 F학점으로 도무지 밝은 구석은 없다. 주된 이유는 지난해말 여당의 무책임한 개정노동법 변칙통과에 반발,노동계가 약 한달간 일손을 놓아서이다. 물론 당초 1월중 산업활동 동향이 나빠질 것은 이미 각오했었다. 경기순환주기상 빨라야 경기가 2.4분기쯤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의의 노동계파업으로 자동차산업에서만 1조8천억원의 생산차질이 발생, 전체적으로 2조66억원의 생산이 당초보다 줄어드는 바람에 거시경제지표가 엉망이 됐다. 1월중 산업생산증가율은 전월보다 2.9%포인트 하락한 5.9%를 기록, 그런대로선전한 듯 싶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재경원은 산업생산증가율이 파업여파로 당초 예상보다 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반도체및 석유정제업체가 생산시설 확충에 따라 생산을 늘려 2%포인트의 상승효과가 나타났다. 재고증가부담을 빼면 결국 생산증가율은 3%대라는 설명이다. 물론 파업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서고 생산활동도 정상을 회복한만큼 2월중지표는 1월보다는 덜 나빠질 전망이다. 그렇다고해서 엔저추세 지속및 무역수지적자 확대등을 볼때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없다. 재경원은 노동계재파업이 재개되지 않는한 우리 경제는 1월의 부진을 어느정도 씻을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대규모의 파업이 재발할 경우 중병에 신음중인 한국경제를 3류경제로 후퇴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생산=중화학은 지난해 1월보다 8.6% 증가했으나 경공업은 5.4% 감소했다. 통계청은 자동차파업만 없었다면 1월중 생산증가율이 최고 10.4%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반도체(18.1%) 석유정제(5.8%)등은 증가했으나 자동차(29.9%) 기타운수장비(10.7%) 기계및 장비(4.0%)등은 감소했다. 출하는 자동차의 내수및 수출부진여파로 2.6%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감소세를 기록했던 재고율은 석유정제(23.1%)반도체(20.1%) 때문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제조업가동률은 자동차가 36.5% 급락, 77.0%로 떨어졌다. 투자= 국내기계수주및 기계류 수입액증가율이 각각 27.5%,16.2%로 지난해 평균치(각각 14.3%, 12.2%)와 아예 비교도 안될 정도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 건설수주액증가율도 2.7%로 지난해 평균(21.4%)에 비해 크게 낮다. 소비=통계청은 자동차생산 감소에 따른 소비위축영향이 3.6%포인트에 달했다고 보고 있다. 상당수 소비자가 품질불량등을 우려, 구매시기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백화점의 판매부진및 모피의복의 판매저조도 한몫을 했다. 대형승용차와 중형승용차판매는 각각 54.8%, 41.4% 줄었다. 기성보통외의(31.2%) 기성양장복(20.8%)등도 감소폭이 컸다. 다만 휴대용전화기(2백66.1%) 에어컨(1백12.8%)은 높은 신장세를 자랑했다. 실업률= 취업을 희망하는 경제활동인구가 3.2%나 증가한 반면 경제활동참가율은 0.8% 늘어났다. 40대이후 가장들이 명예퇴직 또는 실직한데 반해 20~30대 여성의 구직활동인구가 늘어나 실업률이 크게 뛰었다. 2월중 대학졸업예정자가 대졸실업자로 바뀌게 되면 실업률은 더욱 높아지게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