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소비산업 CEO] 배신한 <오리콤 사장> .. 취임 100일

"옛날의 영광을 회복하자" 국내 최고의 최고광고회사. 오리콤이 80년대말까지 누렸던 화려한 타이틀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최고이지만 최고는 아니다. 배신한 오리콤사장(57). 그의 사명은 분명하다. 오리콤의 옛 명성을 되찾는 것이다. 그는 오리콤이 가장 어려울때인 지난해 11월 오리콤호의 선장을 맡았다. 지난달 말로 선장이 된지 꼭 1백일이 지났다. 그동안 오리콤을 정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준비작업에 온몸을 던졌다. 밖으로는 수많은 광고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최선의 서비스제공을 약속했다. 최고의 광고로 광고주에게는 판매신장을, 소비자에게는 올바른 상품정보와 좋은 광고를 보는 "환희"를 주겠다는 각오로 뛰었다. 안으로는 거의 매일 직원들과 생맥주집에서 함께 어울렸다. 양 귀를 활짝 열고 그들의 고충과 바람을 들었다. 다운사이징의 칼도 뺐다. 저미는 가슴으로 회사장래를 위해 일부 수족을 잘라내는 고통을 감수해야만했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앞을 향해 함께 뛰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의 얼굴엔 부하직원들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이 서려 있다. "오리콤에는 최고의 인재들만 모여 있습니다. 이 인재들이 신바람나게일하도록 해주는 것은 경영자의 몫입니다" 그의 취임 첫 일성은 "발로 뛰자"였다. 신바람나게 일하도록 해줄테니 모두가 발로 뛰어 초일류광고회사로 거듭 나자고 강조했다. 배사장이 조타수가 된후 오리콤호에 서광이 깃들고 있다. 올들어 제작한 랄랄라광고(OB라거맥주)가 뜨고 있다. 쿠쿠다스광고(크라운제과)도 잘 만든 광고로 장안의 화제다. 강원도가 99년에 개최하는 관광엑스포행사대행권도 따냈다. 영종도신공항의 인테리어설계프로젝트도 수주했다. 그의 올해 경영방침은 외형보다는 내실에 치중하는 것. 수익성위주로 사업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사업다각화는 당분간 유보하고 광고회사본연의 광고대행 프로모션 공간개발(SD)사업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오리콤을 인생 마지막 무대로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겠습니다" 32년간 두산에서 근무한 두산맨 배사장이 이끄는 오리콤. 잃어버린 90년대 초반의 과거를 딛고 옛 영광을 되찾을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