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밌네요" .. 초등학교 3학년 첫 영어수업 현장

"헬로 (Hello), 왓스 유어 네임 (What''s your name......"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등학교 (교장 권순완) 3학년4반 교실에서 초등학생 34명의 야무지고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이번 학기에 전국 초등학교 3학년의 정규교과로 채택된 영어과목의 첫 수업이 진행된 것. 그러나 기존 중.고교에서 이뤄지던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배우는 식의 일방적이고 피동적인 영어 수업을 상상한다면 큰 착각이다. 1백30쪽에 달하는 교과서에도 영어라고는 단원 이름을 빼고는 한 단어도 없고 대신 원색 4도로 인쇄된 울긋불긋한 그림으로 상황 묘사만 돼 있어 오히려 그림책에 가깝다. 수업도 TV, VTR, 녹음기 등과 각종 보조기구를 이용한 놀이와 역할극,노래 등으로 이뤄져 영어를 직접 몸으로 익히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룹을 나눠 이름표와 이름을 적은 공을 서로 주고 받는 놀이를 하며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동안 어린이들의 얼굴엔 부끄러움과 어색함 대신 재미와 호기심으로 가득해졌다. 특히 이날 배운 내용을 담은 동요 "헬로우 송"이 녹음기에서 흘러나오자모두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 학급 윤효빈양(8)은 "영어를 처음 배우지만 너무 재미있다"면서 "앞으로 영어시간이 기다려질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이날 수업을 마친 담임 양성숙교사(32.여)는 "예상외로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고 참여도도 높다"면서 "수업이 평이하고 반복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닐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초등학교 영어는 올해 3학년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4,5,6학년으로 확대 실시되며 3학년의 경우 음악, 미술과 동일하게 매주 2시간씩 수업이 이뤄진다. 특히 단어도 1백단어 수준으로 평이하며 성적은 수 우 미 양 가 평가 대신 참여도 흥미 이해 표현력 등을 관찰, 학부모에게 알려주는게 특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