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파일] (나의 사무실 이야기) "직장생활 3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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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한눈을 팔다 느지막히 증권회사에 입사를 하게 된 것이 2년전. 계열사를 돌던 그룹연수시절의 기억이 희미하다. 이제 내가 속한 부서의 형편도 알게 되고, 내가 속한 세계밖의 사람들도 만나고, 사회란 곳의 속성도 조금씩 터득해 나가다보니 어느새 직장생활 3년차. 그리고 또 뉘집 혼기 무르익은 처자의 모습으로 서게 되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는 노처녀, 그리고 히스테리. 요즘은 문을 쾅 닫다가도 주위를 한번 쓰윽 살피거나, 전에 없이 예민해지는자신에게 "정말 그런거냐"며 되물어 보기도 한다. 이젠 제법 해가 길어졌다. 보일러 돌아가는 것 같은 파도소리(자명종소리)에 잠을 깨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주위에 퍼지는 햇살이다. 지난밤에는 뜻하지도 않게 불려나가 술을 마셨다. 10시가 넘은 시각에 동료와 함께 찾은 회사 근처의 맥주집. 처음엔 기분도 그렇고 술도 당기지 않아 주저하던 걸음이었는데 술잔을 한 두잔 기울이고, 그간의 심정을 훌훌 털어 놓는 동료를 대하고 보니 나도한마디 거들지 않을수 없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의 현재 상황과 전망, 동료나 상사와의 오해와 마찰 등을 얘기했다. 하나둘 술병이 보태질 때마다 또 어느 애매한 사람이 가엾게 도마 위에 올려졌다. 술이 더할수록 차츰 부서도 회사도 세상도 제각기의 나아갈 방향을 잡아가는듯했다. 요즘 우리 회사엔 안팎으로 혁신의 바람이 강하게 일고 있다. 다가오는 21세기를 대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가 하면 경비절감의 한파로 어깨를 움추리기도 한다. 우리 부서에서도 기강확립이라는 깃발아래 일련의 행동강령이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다. 우리 부서는 지금 중요한 시기에 처해 있다. 지난해 주가지수선물이 도입되어 그간의 시행착오를 뒤로 하고 선물 전반의영역에서 업계 수위를 지켜왔기에 다시 한번 오는 7월에 개설되는 옵션시장을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를 맞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기관 영업, 국제 영업, 상품딜링, 파생상품 개발, 옵션 개발 등 각 분야에서 전 부서원이 저마다의 몫을 다 해내고 있다. 나 또한 옵션 개발에 합류하여 땀을 쏟고 있다. 권위와 보수로 틀을 삼고 인정의 살을 붙인 거대한 조직. 정중한 수위아저씨, 싹싹한 여직원, 근엄한 상사, 활달하고 강인한 동료,그리고 오늘도 파랗게 물든 시세판이 각축하는 그 곳으로 나는 오늘도 걸어들어간다. 멀리서 부장님의 느끼한(?) 아침인사가 들려온다. "하이 미애" 나는 속으로 하이 부장님하며 컴퓨터에 부팅을 한다. 김미애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