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시정의 본질 .. 최기선 <인천광역시장>

제1기 민선 자치시대의 후반기를 맞고 있다. 민선 시대에 가장 두드러진 행정의 변화를 꼽으라면 주민의식의 향상과 서비스 개선을 들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주민들이 체감하는 정도는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 공직자의 자질로 흔히 위기관리 능력, 책임감과 창의력 그리고 정보능력 등을 거론하고 있다. 그리고 행정의 가치를 주민에게 두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정은 어떤 바탕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가. 헤아리기조차 힘든 수 많은 직업가운데서도 유독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사랑을 실천하고 보람을 얻는 성스러운 직업이다. 그리고 공직자의 보람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발견하지 않으면 안된다. 행정의 최고 이념이 민주 형평성이라고 한다면 그 본질은 인간존엄성이 되어야 하며, 보람이란 인간존엄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에서 출발하여 주민을 존중하는 자세를 가지지 않고서는 땅에 떨어진 공직자의 신뢰를 회복할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한 바탕 위에서 주민이 가장 원하는 것, 주민에게 가장 불편을 주는 것을 찾아서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공직자의 길이요, 사명인 것이다. 권력은 나의 것이고 잘못은 개인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운데 공직자의 부정과 부패가 싹트는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시정의 본질을 망각한 데서 비롯된다.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개혁자인 쿠쟁(Cousin)은 "남에게 봉사함으로써 남을 통치할 수 있다"고 하였다. 권력이란 영원한 것이 아니다. 봉사와 사랑을 대가없이 실천하라고 잠시 위임받은 것일 뿐이다. 인간존엄을 적극적으로 행정에 접목하는 모든 공직자의 노력이 있어야 하는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