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적자재정에 앞서 생각할 일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적자로 편성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중이라고 한다. 비록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보고서 형식을 통해 이 문제를 제기하기는 했지만 예산당국인 재정경제원이 정책방향의 일단을 내비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않을 수 없다. 적자재정의 논리는 단순하다. 꼭 추진해야 할 정부사업의 세출요인은 자꾸 늘어나는데 세입은 경제성장의 둔화 등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불가피한 재정사업을 벌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국가경쟁력향상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 시급한데 이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방법이라도 동원해야 겠다는 설명이다. 사실 대다수 국민들의 거부반응으로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적자재정문제를 예산당국이 거론한 것 자체가 재원확보의 심각성을 반증하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당국의 고충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국채발행을 통한 적자재정의 편성은 다소 안이한 발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적자편성은 어떤 점에서도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그렇고, 또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현재의 세입범위내에서 도저히 재원을 조달할 수 없을 때만 당위성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그렇게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는 정부개혁 예산개혁을 통해 현행예산의 낭비요인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범위의 투자우선순위를 재조정해 필요한 SOC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국채발행 등에 앞서 추진돼야 할 과제라고 믿는다. 이를 뒷받침하는 데는 정부조직축소와 규제혁파 등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현재의 낭비요인을 그대로 둔채 추가로 소요되는 재원을 국채발행으로 메우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와함께 생각해 볼수 있는 대안은 정부가 추진중인 민자유치사업을 보다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그동안의 사업추진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특혜시비나 경제력집중 등을 감안한 여러가지 제약,예컨대 요율산정 등에 있어서 수익성을 보장해주지 않는것 등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과감하게 풀어주고 수익성을 확보해주면 민자유치가 활발하게 이뤄져 재정부담을 덜수 있을 것이다. 물론 채권발행을 통한 재원조달도 유효한 수단중의 하나이긴 하다. 사회간접시설은 한번 건설하면 혜택이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다음세대가 빚을 갚는 형식으로 부담을 나눠 지는 것은 형평에도 맞는다. 또 자체의 상환능력도 생기기 때문에 소비성지출과는 다르다. 그러나 한번 적자재정이 편성되면 더욱 가속화되기 십상이고 규모팽창으로이어질 공산이 크다. 특히 우리와 같은 성숙되지 못한 경제체질하에서는 물가불안 등으로 직결된다. 적자편성을 검토하기 이전에 정부개혁 예산개혁을 통한 비능률및 낭비요인 제거가 우선돼야 할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해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