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일자) 금융경색 두고만 볼건가
입력
수정
금융경색현상이 풀리기는 커녕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걱정스럽다. 금리가 급등하고 주가는 곤두박질치는가 하면 원화환율까지 오르는 등 자금시장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의 돈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고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도산위기는 갈수록 증폭돼 경제불안이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경기침체가 더욱 깊어지고 한보사태의 뒤처리마져 답보를 면치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연한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총통화증가율이 20%를 넘을 정도다. 시중에 풀린 돈은 많다고 하는데 이같이 기업자금난이 더욱 심해지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책임의 상당부분이 금융기관에 있다고 본다. 한보사태 이후 1,2금융권 할것 없이 각 기관들이 자금을 극히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그것도 단기운용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여신을 극도로 자제할 뿐아니라 기업대출한도를 일방적으로 축소해 기존 대출금마저 회수하는 것이나 지급보증을 기피하는 것 등은 돈굴리기를 업으로 하는 금융기관 본연의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더구나 금리가 더 오를 것에 대비해 여유자금을 기업대출보다 콜 등 단기금융시장에서 운용하는데 치중하는 것은 금융불안을 부추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대형금융사고로 볼수 있는 한보사태로 인한 부실대출 등이 문제가 돼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대출을 늘리라는 얘기는 아무도 강요할 수 없는상황이다. 그러나 보수.단기운용이 당장의 위험회피와 수익성제고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장불안을 가속화시켜 기업은 물론 금융기관 자신들에도 도움이 될게 없다는 점은 모르는 바가 아닐 것이다. 특히 금리상승은 기업경쟁력약화로 이어져 경제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다.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적극적인 대출활동을 통해 금융시장안정과 경제활성화를 촉진하는 선순환의 매듭을 풀어가는데 금융기관들이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또 통화당국도 마찬가지다. 통화공급은 충분히 이뤄졌다고 변명할 수는 있지만 자금의 원활한 순환과 금리안정의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특히 지금은 정상적인 경제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고 보면 금리동향을 감안해 최소한 이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통화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금리상승은 비단 기업부담증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근 상황에서 볼수 있듯이 주가하락으로 이어져 직접금융시장에서 조차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을 몰고 온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소 다른 얘기이지만 요즈음 금융시장에서는 악성루머들이 무척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기업은 곧 부도가 날 것이라는 소문에서부터 금융기관들이 불량기업 리스트를 작성해 대출회수에 나섰다는 등의 얘기들이다. 멀쩡한 기업도 이러한 소문에 휘말리면 살아남기 힘들다. 이런점에서 시장불안을 부추기는 이러한 악성루머의 근절도 정책당국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