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교실] 벌떼 킬러 .. 윤현수 <코미트 M&A 사장>

소름끼치는 공포 영화에는 동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어둠 속의 고양이나 하수도 속의 쥐 떼들이 단골 손님이다. 가끔은 윙윙거리는 벌떼가 온몸에 새까맣게 달라붙어 우리의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적대적 기업인수에서 공개 매수를 벌떼 공격이라 한다. 대상기업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불특정 다수로부터 일정 지분을 장외에서 무차별 매집해 기업을 탈취하기 때문이다. 공격이 있으면 방어 수단이 생기게 마련이다. M&A에서는 공개매수에 걸려 있는 회사를 돕는 사람을 벌떼 킬러(Killer Bees)라 한다. 보통은 인수 대상회사를 매력이 없거나 매수하기 어렵게 만드는 투자은행가들이나 M&A 방어 전문가를 말한다. 최근 전경련이 재계 차원에서 벌떼 킬러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고, 미도파에 대한 신동방의 적대적 기업인수 시도에서는 양사의 원만한 타협을 촉구하고 있다. 사실 피말리는 싸움과 계속되는 추가 자금 부담, 그리고 한치 앞을 예상하기힘든 성패 상황 때문에 대구종금의 경우는 이미 싸움의 당사자들끼리 공동 경영을 합의한바 있다. 그러나 휴전 상태는 또다른 싸움의 불씨를 안고 있는 것이다. 전쟁에는 승패만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벌떼 킬러는 확실하게 벌떼를 박멸할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항도종금의 경우 공격측인 효진의 공동 경영 제의에 대해 서륭의 단호한 거부는 또다른 신선한 자신감을 던져주고 있다. 벌떼의 무서운 공격도 영화에서 처럼 실상은 퇴치할수 있는 법이다. 자연의 세계에 천적이 있듯이 기업 사냥꾼의 천적은 벌떼 킬러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