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하기 나름' .. 삼미 부도...막전막후

.한보그룹에 이어 삼미그룹까지 공중분해되자 잇따른 도산에 주름이 깊어가는 은행들이 있는 반면 "참사"를 느긋이 관망하는 은행들도 있다. 한보철강과 삼미그룹에 단 한푼의 여신도 안물린 장기신용은행은 평소 보수적인 경영이 도움이 됐다는 후문. 한보철강의 경우 지난 92년 공사초기단계에서 거래요청이 있었으나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김명준 전무는 "우리는 단일기업에 많은 자금을 빌려주지 않는게 전통"이라고 설명. .한미은행은 지난 83년부터 국내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운용해온 "여신심의위원회"가 일등공신이라는 자평. 한미은행은 지난해말 부실여신비율이 선발시중은행(0.96%)보다 0.32%포인트 낮은 0.64%에 그쳤다고 자랑했다. .건설금융 전문기관인 주택은행도 의외로 부실여신규모가 작다. 유원건설에는 한푼도 없고 우성건설과 건영에는 각각 1백50억원과 32억원으로 선전(?)했다. 주택은행은 또 한보그룹과 삼미그룹에 각각 1백11억원과 2백40억원의 부실여신이 발생했는데 "조성자금중 10%만 일반대출로 쓸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원천적으로 거액자금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설명. .한일 신한은행 등은 대출과정에서 한 업체에 대한 편중여신을 철저히 억제, 잇따른 부도태풍을 피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여신규모가 큰 대기업보다는 신용도가 좋은 우량중소기업 쪽으로특화했으며 한일은행은 평소 여신포트폴리오 관리에 엄격한 편이라는 것. .한국은행이 지원해줘야 할 만큼 제일은행의 자금사정이 어려운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려운 것은 분명하지만 유동성 위기에 봉착이 정도는 아니라는 것. 제일은행은 한보 부도후 일부 일본금융기관들이 크레딧라인(대출선)을 끊어버리는 등 "한보프리미엄"에 시달리며 해외차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또 국내에서도 제일은행은 신탁예금 등이 이탈하며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형시중은행의 경우 수신고가 작년말에 비해 1조원가량 증가했지만 제일은행은 작년말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제일은행 관계자들은 자금사정이 현재보다 더 악화되지만 않는다면한은특융이란 수치를 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거래대기업중 하나라도 더 쓰러지면 제일은행의 유동성은 치명적인 상황이 될수 있다는게 금융계의 관측이다. 당장의 자금부담이야 어떻게 해서든 커버할수 있지만 공신력 추락이 더 큰문제가 될수 있기 때문. .재정경제원이 지난 2월 하순께 리스협회를 통해 리스업계의 삼미그룹에 대한 여신현황을 조사한 것으로 확인돼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시 조사에서는 각각 95년말과 96년말및 지난 2월말(추정) 기준으로 삼미그룹의 리스현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미그룹이 법정관리 신청을 공식발표한 지난 19일에도 그동안의 여신변동 상황을 조사했다. 리스업계의 30대 그룹에 대한 여신현황 파악은 작년 하반기에 실시된 적이있으나 1개 그룹에 대한 여신현황을 정부가 직접 챙기는 것은 드문 일로이미 삼미그룹의 부도를 준비하고 있었던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리스업계의 경우 한보 부도로 1조2천억원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되면서 리스료를 받지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