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안방극장 한국영화 '가뭄에 단비'..'불새' 등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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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 비디오 렌털시장의 "한국영화 가뭄"을 해소시킬 화제작 3편이 잇따라 출시된다. 이정재 손창민 주연의 "불새"(시네마트), 박중훈 박상민 콤비의 "깡패수업"(드림박스), 김승우 최진실이 열연한 "고스트 맘마"(SKC) 등이 흥미와 감동의요소를 고루 갖춘 영화들. 이들 작품은 각기 장르와 분위기가 판이해 외화가 점령하고 있는 안방극장에한국영화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불새"는 "김의 전쟁" "테러리스트" "나에게 오라"에서 거친 남성들의 세계를 힘있는 영상으로 표현한 김영빈 감독이 최인호의 널리 알려진 원작을90년대 감각에 맞게 각색한 멜로드라마. 마카오의 도박장을 전전하던 영후(이정재)는 소꼽친구 윤의 소개로 재벌2세인 민섭(손창민)을 알게 된다. 민섭이 건네준 코카인의 복용으로 윤이 죽자 영후는 기회를 잡았다는 사실을직감한다. 영후는 당황해하는 민섭을 부추겨 윤의 시체를 바다에 유기하고 민섭 대신 쫓기는 신세가 된다. 1년후 귀국한 영후는 민섭을 찾고 야망을 숨긴채 그의 심복이 된다. 민섭의 약혼녀 현주(김지연)와 이복동생 미란(오연수)을 만나는 영후. 현주에게 느끼는 순수한 사랑과 신분상승의 발판이 될 미란과의 사이에서영후는 운명의 기로에 선다. 김감독은 원작의 큰 틀을 유지하지만 이정재의 스타성을 살리기 위해서인지영후의 악마적 성격은 거의 제거해 버렸다. 이정재는 영후를 통해 인간적인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지만 그만큼 인간의 욕망과 애증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원작과는 멀어진 느낌. 손창민 오연수는 제몫을 충분히 다하지만 여주인공 현주역을 맡은 김지연의 밋밋한 연기는 아쉽다. 김감독은 섬세한 여성의 심리와 사랑의 미묘한 감정처리에 약점을 드러낸다. "깡패수업"은 코미디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로 데뷔한 김상진 감독이 박중훈 박상민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내세워 만든 액션보디무비. 성철(박중훈)은 야쿠자와 연계된 국내 폭력조직의 중간급 보스. 다른 조직원을 살해하고 일본으로 도피한 성철은 우연히 술집웨이터 해구(박상민)을 만나 야쿠자에 가입시킨다. 조직의 힘을 업고 주먹맛을 알게 된 해구는 막무가내로 행동하며 성철을 궁지로 몰고 간다. 다소 취약한 이야기 구조가 부분적으로 설득력을 잃고 있지만 박중훈 박상민의 호연과 사실감있는 액션장면이 이를 상쇄한다. 박중훈은 냉혈한이면서도 따뜻한 정을 그리워하는 성철의 심리를, 박상민은 해구의 연약한 인간적 면모를 잘 드러냈다. 술집아가씨 삼순이역을 맡은 신인배우 조은숙의 질펀한 연기도 인상적. 한지승 감독의 데뷔작 "고스트 맘마"는 교통사고로 숨진 아내가 방황하는 남편을 위해 영혼으로 환생, 새 보금자리를 꾸미도록 도와준다는 내용의 멜로드라마. 코믹하면서도 콧등이 시큰거리게 만드는 깔끔하고도 예쁜 영화다. 잘 짜인 시나리오에 따라 관객들의 감정을 능숙하게 조절하는 감독의 섬세한연출솜씨가 일품이다. 최진실 김승우를 간판으로 내세웠지만 조연급인 박상아의 이미지 변신과 권해효의 힘있는 연기가 빛을 발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