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자율화 .. 하진오 <제일투자신탁 사장>

정부는 지난 몇년동안 각종 행정규제를 대폭 철폐하거나 완화하는 것을 주요한 국정 지표중의 하나로 추진해왔다. 이것은 국민생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특히 경제활동의 효율을 높이는 것에 역점을 두어왔다. 한편으로는 정치 민주화를 행정에까지 확산시키고 규제의 주변에 기생할 수 있는 부패를 방지하려는 개혁의 차원에서도 접근했었다. 그런데 이것이 매우 지지부진하다. 관계당국에서는 구체적인 숫자를 나열하면서 수많은 규제를 폐지.완화했다고 밝히지만 국민과 기업은 근분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심하게 비판하는 사람들은 거대한 관료조직이 형식적인 완황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교모하게 피해 간다고 꼬집기도 한다. 이러한 큰 차이의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입장과 주관의 차이가 있고 모든 규제를 인거에 해결해 달라는 무리한 욕구도 이유가 될수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없을까하고 항상 석연찮은 느낌으 떨치지 못한다. 자율을 바탕으로한 행정과 경영은 규제 일변도의 방식에 의한것보다 훨씬 복잡한고 어렵다. 규제 방식에서는 막강한 행정력이 지시와 규제를 집행하면 된다. 그러나 이를 자율로 돌리고 난 뒤에는 행정과 경영이 올바르게 집행될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직접적인 수단이 없어져 버리게 된다. 그렇다고 자유방입이 자율의 참뜻은 아닌 것이다. 직접규제가 없어진 이후의 상황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포괄 또는 간접규제의 과도기를 설정한다거나 다른 정책 수단으로 보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른한편 더욱 본질적인 과제는 자율화 시대의 새로운 행정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가티브 시스템"을 정착시킨다거나 법을 어긴자에 대한 응징을 철저히 하는 것등을 생각해 볼수있다. 민주주의가 좋기는 하되 운용하기는 매우 힘들다. 자율화를 단순한 규제 철페로서가 아니라 좀더 종합적으로 접근해야만 성공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