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II면톱] '시민만 고통당했다' .. 버스파업 뒤늦게 타결

설마했던 교통대란이 행정당국의 무사안일과 노사양측의 고집으로 끝내 폭발, 시민들만 골탕을 먹었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 87개지부가 26일 오전 4시를 기해 전면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시민들이 하루종일 큰 불편을 겪었다. 파업소식을 미리 접한 시민들은 이날 아침 평소보다 20~30분씩 일찍 출근길에 나서 지하철을 이용했으나 한꺼번에 많은 승객들이 몰리는 바람에 곳곳에서 혼잡이 빚어졌다. 또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시민들조차 자가용을 몰고 나오는 바람에 주요 간선도로에서 심한 정체현상이 빚어졌다.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의 경우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매표구와 계단 승강장 등이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붐볐으며 평소보다 배차간격을 좁혔는데도 몰려드는 승객들로 주체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출근길 시민들도 택시를 잡기위해 차도까지 진입, 큰 혼잡을 빚었고 자녀를 등교시키기 위해 온가족이 나와 택시를 잡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의 경우 미니트럭으로 학생들을 등교시키는 피란시절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파업으로 인해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하루 6백만명 이상 시민들의 발이 묶였다. 회사원 박효식(29)씨는 "버스업체 로비사건이후 버스요금을 내린다고 하더니 요금인상을 위해 또다시 시민들을 볼모로 하는 작태가 되풀이됐다"며 "차라리 국가나 자치단체가 버스회사를 직접 운영하는 것이 낫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는 이날 출퇴근때 적용하는 지하철 러시아워 운행체계를 오전 7~11시, 오후 5시~9시30분으로 2시간30분씩 연장하고 전동차 1백36편을 증편 운행하고 마을버스 운행노선을 지하철역까지 연장토록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으나 6백만명에 달하는 버스이용승객을 분담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