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일자) 영수회담합의를 행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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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살리기를 주제로 여야영수들이 머리를 맞댄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여러가지 실천과제들을 정리해서 "합의문"과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형식으로 발표한 것은 보다 명백한 책임을 국민앞에 약속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그 실천여부를 지켜보고자 한다. 여야는 합의문에서 경제난 극복을 위해 초당적 협력과 국민들의 고통분담을 강조하고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경제대책협의회를 구성,중장기대책을 협희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러한 여야의 합의가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거나 당장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경제가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있는 현실을 뒤늦게 나마 확실히 인식한 것 같아 퍽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환영한다. 사실 경제를 살리는데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할 일은 많지않다. 오히려 경제에 간섭하고 부담을 주지않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지금까지 정치가 경제에 미친 영향은 긍정적인것 보다 부정적인게 많았고 경제활동을 격려하고 지원하기 보다는 발목을 잡은 역할이 많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고통분담을 뼈대로 하는 여야영수회담의 "합의문"이나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 어느정도 호소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특히 저축증대 임금안정 물가안정등에 공동노력하고 중소기업지원 외환대책수립, 사교육비 경감등을 약속하는 것등은 원론중의 원론제시에 그친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여야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난과 위기가 본질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만연된 불신풍조와 이로 인한 민심의 동요에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힌 대목은 주목할만하다. 불신의 원인 제공은 누가했는가를 따져 보면 다름아닌 정치권이고 이를 스스로 반성한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불신을 없애는 것은 백마디의 말이 필요없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뿐이다. 지금 국민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일은 본격화될 연말의 대통령선거가 경제에 미칠 파장이다. 과거의 예로보면 경제적부담과 후유증은 심각했다. 많은 자금이 뿌려지고 갖가지 지키지도 못할 공약들이 남발하면서 물가불안, 부동산투기, 근로의욕저하등 많은 부작용을 가져왔다. 막대한 자금지원으로 기업활동에도 상당한 지장을 주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국민에 대한 고통분담의 호소에 앞서 여야를 막론하고 각당은 돈안쓰는 선거를 실천에 옮길것을 보다 명백하게 약속하고 그 구체적인 실천대안을 제시해 줄 것을 촉구한다. 그래야만 믿고 싶지않은 정치권이지만 국민들이 믿어보려는 희망이라도 가질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번 영수회담도 한낱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고 오히려 불신을 조장하는 결과도 가져 올 우려도 있다. 정치권의 경제살리기는 어줍잖은 조치나 대안제시보다 스스로의 자정노력과 함께 경제논리가 제대로 작동될수 있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