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청바지 업계, 춘추전국시대 '빅3' "흔들" .. 성장세 주춤
입력
수정
미국의 청바지 업계가 춘추전국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리바이스 리 게스라는 "빅3"의 아성에 디자이너 브랜드와 유통업계의 자체 상표들이 거세게 도전하고 있는 것. 사실 "빅3"의 입지는 독보적이었다. "청바지의 대명사 (리바이스)" "매출 1위 (리)" "패션진의 선봉장(게스)"이란 명성을 드날리면서 청바지 시장을 독차지해온 터다. 이 3파전의 구도가 흔들리게 된 것은 신세대들이 "빅3"에 대해 "식상하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96년 현재 미국의 청바지 시장규모는 1백16억달러. 해마다 8%를 웃도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지난해 "빅3"의 총시장 점유율은 전년에 비해 3% 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그동안 엑스트라에 머물러온 후발업체들은 이 기회에 "빅3"를 추격하기 위해 피치를 올리고 있다. 주연들이 부진한 틈에 "탈조연"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시장공략은 두드러진다. 캘빈클라인 랄프로렌 도나카렌 모시모 등 일류 디자이너들이 블루진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들의 경쟁력은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동시에 가격인하도 서두르고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청소년들을 포섭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엄청난 자금을 동원한 광고공세를 퍼붓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프라이빗 레벨 (자체상표)"과 개별 브랜드들도 선전하고 있다. LA의 대형 유통업체인 JC페니, 시어스는 각각 "아리조나"와 "캐니언 리브 블루"로 청소년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자체 상표의 특징은 유행을 선도하는 파격적인 디자인.화려한 원색이나 만화 캐릭터가 프린트된 상품들이 특히 인기다. 대표적인 개별 브랜드 JNCO는 반바지에서 헐렁한 배기스타일까지 다양한 제품을 구비, 10대들의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신세대의 패션 욕구를 정확히 집어내는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이 회사는 인터넷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조사, 이를 발빠르게 제품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빅3"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사실은 각종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틴에이지 리서치에 따르면 작년중 리바이스를 구입한 10대는 56%로 전년보다 1% 포인트 낮아졌다. 리 (44%)와 게스 (21%) 역시 각각 5%,9%씩 줄어들었다. 반면 아리조나는 19%에서 27%로, 캘빈클라인은 8%에서 18%로 껑충 뛰었다. 디자이너 브랜드와 유통업체의 분발에 대해 빅3는 "신경안쓴다"고 말한다. "지난해 매출성장이 7%에 달했으며 이는 대세에 지장이 없다는 뜻"(개빈 파워 리바이스 대변인)이란 것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경계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매출성장속도는 주춤해지는데 경비증가세는 여전하다. 마침내 빅3는 리스트럭처링에 돌입했다. 리바이스가 최근 1천명을 감원한 것을 비롯, 리도 부서통합과 인원감축을 시작했다. 게스는 청바지외에 캐주얼 의류부문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디자인이 다양해지는 것도 위기감을 표출하는 것. 신세대들을 붙들어야할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얘기다. 물론 "빅3"의 독무대가 막을 내렸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몫은 아직 압도적이다. 하지만 "빛나는 조연"이 늘고 있는이상 청바지 시장의 세대교체는 멀지 않은 듯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일자).